인천서부지역 설화 집필 소설가 이원규씨
 설화는 한 사람의 이야기꾼 만든 게 아니다. 민중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절로 형성된 옛날 이야기이다. 그 속에는 우리 조상의 정신이 그대로 깃들어 있고 역사, 인문, 지리 등 그 지역의 복합적인 문화가 녹아있다.
 서구문화원(원장·정인표)이 펴낸 ‘천마와 아기장수 외’(276쪽)는 서곶과 검단으로 불리는 인천 서부지역의 구전설화를 모은 책이다.
 “설화는 민족적이고 평민적이어서 한 민족의 생활감정과 풍습을 암시하고 민중의 소망을 반영합니다.”
 책을 집필한 이원규 동국대 교수는 설화를 “민족 정신의 총체’라고 말한다. 그가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그의 조상들이 500여년간 이 지역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또 고향의 역사와 문화를 고양하는 데 힘썼던 선친 고 이훈익 옹의 유업을 잇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천마와…’는 구전설화, 지명고사, 인물고사 등 크게 세 개로 나뉘어져 70개의 설화를 얘기해 주고 있다.
 책에서는 나그네를 희롱한 계양산의 불여우 이야기, 새신랑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은 이야기 등 전래동화를 만날 수 있다. 또 계양산에 매사냥을 온 충렬왕과 제국공주, 천하장사 이백산·복산 형제 등 듣기만 해도 슬그머니 건네다 보고 싶은 이야기가 풍성하다.
 이 교수는 책을 쓰면서 설화를 채집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채록하지 않았다. 변조와 왜곡을 피하면서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여 서사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선친께서 인천지지, 인천지방향토사담, 인천 지명고 등을 통해 이미 설화를 샅샅이 수집해 놓고 있었습니다. 저는 서사문학 연구자가 아닌 작가인만큼 재밌게 쓰려고 노력했지요.”
 이와 함께 명백히 설화라고 규정할 수 없는, 땅이름과 관련된 이야기와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도 함께 정리했다.
 “고향의 역사와 관련한 유·무형의 자료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런 것도 이야기로 꾸며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고향의 설화를 정리하고 집필하는 것은 여러가지 감회와 기쁨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는 작가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고향의 역사와 관련한 유형무형의 자료들이 사라지는 작금 고향의 이야기를 알고 뿌리를 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