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노 에이가 도오 오모이 마스까’(일본 영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본 영화가 들어온다.
 1∼2차 ‘국제영화제 수상작’, 3차 ‘12·15세 관람가’에 이어 올해 ‘18세 관람가’까지 정부가 영화시장을 활짝 열어 젖혔다.
 우리의 전통적 사고방식은 아직도 ‘일본 영화=퇴폐적·선정적 일본 문화’로 등가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우승은 못해도 일본은 이겨야 한다’. 축구대표 한·일전에서 보듯, 일본에 대한 민족감정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 영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묵은 논쟁에 불씨를 지피는 것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영화’가 현대의 가장 역동적인 문화의 중심축임을 감안할 때, 일본 영화의 전면 개방이 시사하는 바는 여러모로 결코 적지 않다.
 일단, 지난해 하반기 봇물처럼 쏟아진 일본영화의 참패는 우리의 우려를 다소나마 불식시킨다. 2만5천명의 관객이 다녀간 ‘냉정과 열정 사이’만이 체면치레를 했을 뿐 ‘바람의 검 신선조’ ‘환생’ ‘음양사’ 등 현지 흥행작들은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 일본서 2천만명을 끌었던 ‘춤추는 대수사선2’도 12만2천20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일본 영화가 처음 들어온 98년 이후 기록을 봐도 전국 관객 100만 이상이 든 것은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 ‘러브레터’ ‘주온’ 등 세 편이다. 그렇지만 일본 영화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그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영화엔 강한 민족적 색체가 묻어난다. 집단성과 개인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미학을 구축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일본 영화의 색깔에 일본의 혼이 담겨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일본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극단적이고 편집증적 성향이 강하며 개인이건 전체이건 반드시 승부를 건다. 긍정적인 면은 자기 희생적이고 헌신적이며 부정적인 면은 극단적인 집착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어쨌든 일본 영화는 할리우드나 유럽 영화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있다.” 
 이는 일본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일본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일단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라스트 사무라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서 보듯, 일본 영화와 문화는 주목할만한 파란 눈의 감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미 입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일본 영화에 대한 감상적 배격은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영화를 일본으로 보기보다 하나의 예술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설정해, 우리 영화가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발전의 자극제로 삼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지적된다.
 전면 개방 뒤 첫 선을 보이는 일본 영화는 오늘 개봉하는 ‘자토이치’와 ‘신설국’이다. 2∼3월 사이엔 ‘배틀로얄 2’가 관객들을 만나며,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스왈로우 테일’과 ‘릴리슈슈의 모든 것’,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와 ‘회로’, 에니메이션 ‘뱀파이어 헌터D’와 ‘퍼펙트 블루’가 잇달아 개봉한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