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 코이치의 ‘신 설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리메이크한 소설 ‘신 설국’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제목처럼, 영화는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세상이 배경이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내가 찾던 세상이 나타났다.”
 눈 앞에 다가오는 순백의 세계. 온 마을이 눈으로 뒤덮인 절경 츠키오카에 한 남자가 눈에 끌리듯 찾아든다. 중년의 실업가 시바노 쿠니오(오쿠다 에이지)는 선조부터 이어온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에게도 외면당한 채 생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마무리 하려 한다. 쉴 곳을 찾는 그에게 인근 온천의 젊은 게이샤 모에코(우에키 유우코)가 다가오고 둘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나이에 비해 당차고 직선적인 모에코에게 은근히 온정을 느끼는 쿠니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전 재산 200만엔을 그녀에게 맡기며 “내가 이 곳을 떠날 때까지 곁에서 지켜달라”고 말한다. 짙은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 모에코는 남자의 상처를 보듬으며 자신의 온정 안에 비극적인 상처를 끌어 안는다.
 “쌓인 눈은 겨울만 지나면 없어지잖아요. 하지만 내 슬픔은…없어지지 않았어요.”
 모에코의 애정어린 손길로 차츰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가는 쿠니오. 그런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나 모에코와 떨어질 것을 경고한다. 그 여자는 모에코를 가까이 하면 똑같이 파멸을 맞을 것이라고 저주한다.
 ‘신 설국’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연예인 유민과 오쿠다 에이지의 연기가 눈길을 붙든다.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유민과 상실감에 빠진 중년 남자의 오쿠다는 ‘설국’의 세상에서 애틋한 사랑을 나누며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 든다.
 하와이 국제영화제와 상하이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다. 109분. 2월중 개봉. 18세 예정.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