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장승의 마을’ 대월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천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계란의 노른자를 비유해 노랑색을 상징 삼아 주민의 단결력과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있는 대월면(노랑 대월)이 최근 들어 ‘장승의 마을’로 뜨고 있다.
전통계승의 고장으로 유명한 대월면은 이천시내에서 3번 국도를 따라 장호원 방면으로 죽 직진하면 복하교를 지나 하이닉스 공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몇백미터 만 더 가면 굴다리를 통과해 마을 입구가 나오는데, 마을 입구 양쪽에는 대월면을 안내하는 장승들이 근엄한 자태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 마을 곳곳에 들어선 각양 각색의 장승들은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을과 주민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우뚝 서 있다.
민속 마을 대월면에서 장승을 제작하기 시작한 동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대월면사무소의 배려로 일자리가 없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장애인, 기초수급자, 미취업대상자 등 주로 저소득층의 수익창출을 위해 시작하게 된 장승제작은 이들의 자활의지 고양은 물론,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대월면사무소 직원들이 착안한 사업이다.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는 장승제작은 이제 전통문화 차원에서 마을은 물론, 이천시의 자랑거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대월면사무소(면장·오인환) 역시, 딱딱한 관공서의 이미지를 탈피했다.
청사 내 빈공간을 조경목과 함께 독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승들로 전시해 면사무소를 찾는 민원인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 온 이정우(38·서울 금천구)씨는 “마을 곳곳에 늘어 선 장승들이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줬다”며 “이번 방문길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과 전통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워 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마을 입구마다 동네 이름이 새겨진 장승 부부가 나란히 마을 홍보와 함께 주민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장승 부부는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이들의 장승제작 작업실은 대월면사무소 내 지하층.
고작 30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지만 이들은 전통계승에 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마냥 즐겁기만 하다.
3년째 장승제작에 몰입해 온 이광열(53·대월면 초지2리)씨는 “저는 장승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장승제작에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내 생활에 전부가 돼 버렸습니다.직업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우리 같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일 할수 있는 자리와 평생 잊지 못할 취미를 갖게 해 준 대월면사무소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대월면사무소 사회복지 담당 안길환(41)씨는 고민에 빠져 있다.
이미 제작된 장승이 쌓여만 가고 있는데 요즘 들어 장승 문의가 거의 뚝 끈긴 상태여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안씨는“장승은 개업하는 음식점이나 회사, 마을 입구 안내, 이정표 등 다양한 장소의 입간판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전통 계승도 살리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장승보급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끌과 망치로 수일간에 걸쳐 완성되는 이들의 장승 작품은 전문가 수준에 비하면 아직까지 전문성이나 예술성 면은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승은 뛰어난 예술가가 치밀한 계산과 탁월한 예술적 능력만으로 조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옛 선조 들은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입으로 손으로 깍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장승의 얼굴을 보면 이목구비 등의 크기와 모양이 제 각각인 것 같다.
누가 봐도 우습고 멍청한 얼굴과 무시무시한 얼굴 등으로 조각했지만 모두의 소원을 들어줄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믿음직한 신상, 모두의 손과 입으로 만든 신상, 이것이 바로 장승의 역할인 것이다.
이 밖에도 대월면은 대월초교의 거북놀이와 군량리 자체방아마을 등 전통 민속놀이를 계승발전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중추적인 민속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장승구입은 주문제작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규격에 따라 장승 2기1조의 가격은 적게는 10만원∼80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홈페이지hanmail.net의 카페 장승이천 또는 대월면사무소를 방문하면 된다.☎(031)632-1001<이천=이백상기자> bsle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