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Rock)음악은 ‘젊음의 폭발이 융화된 저항의 미학’이다. 지난 50년대 로큰롤을 모태로 한 록 음악은 70년대 들어 레드제플린, 딥퍼플, 블랙 사바스, 핑크 플로이드 등이 등장하면서 소위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록 매니아들은 지금도 이 시대 음악은 다른 어떤 것과 타협 할 수 없는 절대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의 조류에 밀려 점차 문화의 뒤편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천은 미군부대가 있었던 부평지역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자연스레 록음악을 접 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록 매니아들이나 록 연주자들 중에는 인천출신들이 유난히 많다.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밴드 멤버를 모집할 때 ‘인천출신’이라면 오디션도 보지 않고 뽑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전국 유명 록 콘서트에서 인천의 고교생 밴드들이 최우수상을 휩쓰는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인천의 록커들에게는 문화 인프라가 워낙 열악해 맘놓고 연주 할 공간이나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인천을 록의 메카로 키우자’는 기치를 내건 인천밴드연합(www.band.or.kr)이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했다. 직장인에서 부터 프로 연주자, 장래 세계적인 록커를 꿈꾸는 고교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록 음악을 맘껏 연주하고 즐기자’는게 힘을 합친 동기다.
 30∼40대 위주의 직장인들로 구성된 직장인밴드는 15개 팀이 회원으로 있다. Roze, 방실이밴드, 에이스 원, 저공비행, 샤인, X2, 락스네이크, 펜타토닉 등…. 이들은 진짜 음악이 좋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다. 모두 옛날 70년대 록음악을 즐겼던 세대들로 실력은 서툴러도 자신들이 직접 연주하고 즐기는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록음악 부활이라는 ‘문화운동’으로 번지길 희망하고 있다.
 20대 프로연주자들이 주로 속해 있는 인디밴드그룹도 13개팀이 회원에 가입됐다. 휘모리, 불량감자, 모모향, 나프탈렌, Deva 등이 대표 주자들이다. 이들은 강력하고 빠른 스피드 메탈에서 정통록, 얼터너티브 계열의 음악을 연주한다. 대중성은 아예 무시하고 자신들의 개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게 특징이다.
 장래 한국 최고의 록커를 꿈꾸는 고교생밴드도 아마란스, 락키스, 인라이브, 네오테라스 등 4개팀이 밴드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정유천 회장은 “록은 청소년들이 직접 느끼고 행하는 엄연한 문화인데 순수예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높은 사람들이 너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밴드연합 회원들은 인천이야말로 록음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도시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록 매니아(소프트웨어)가 어느 도시보다 두텁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공연 여건(하드웨어)만 갖춰지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천공항이 있는 을왕리 해수욕장 같은 곳에 매년 록 페스티벌을 열자고 제안하고 있다. 인천의 관광지와 국제공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흘려 보낼 말은 아닌 것 같다.
 “인천의 어느 섬이라도 괜찮습니다. 여름철 연주자나 참여자가 록 캠프를 차리고 4∼5일 간 록음악을 실컷 즐기는 겁니다. 매니아들에게는 록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고 청소년들에게는 훌륭한 문화해방구 역할이 될 것입니다.”
 국내에는 많은 록 페스티벌이 있다. 동두천의 소요락 훼스티벌이나 부산 록페스티벌, 제주 록페스티벌은 이미 국내·외 매니아들이 대거 참여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록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지난 99년 송도신도시에서 있었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하나의 전설로 여기고 있다. 말로만 듣던 이언길런(딥퍼플 보컬), 드림시어터 등 세계 유명 록커에서 부터 부활, 시나위 등 국내 내로라 하는 록커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행사가 수시로 중단됐음에도 오랜 기간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천이 록의 메카로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새삼 확인된 자리였던 셈이다.
 인천밴드연합은 자신들의 연주실력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활용하는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계양문화회관에서 8개 회원밴드가 모여 사랑의 록 콘서트를 열었다. 수익금 전액이 불우 청소년들에게 돌아 갔음은 물론이다. 앞으로도 1년에 서너차례는 반드시 자선공연을 열 계획이다.
 록 음악을 일부에서는 천하거나 퇴폐적인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록 정신은 누가 뭐래도 폭발과 저항성이다. 이는 소비와 상품으로 귀속시키는 제도권 음악산업에 대한 분리선언이며, 부자와 엘리트 지향을 거부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거대 산업을 이기려는 저항(록 부활) 운동이 인천에서 이제 막 싹트고 있다. 문화불모지 인천의 오명을 벗어 던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면 된다. 젊음과 패기만으로 뭉친이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백종환기자> k2@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