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우리 전통 속에도 뮤지컬이 있었네.
 중국에 경극, 일본에 가부끼, 미국에 뮤지컬이 있다면 우리에겐 ‘토리극’이 있다.
 토리극 ‘다산 정약용 프로젝트’가 오는 31일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선을 보인다. 토리극은 우리 말 구성원리를 바탕으로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새로운 연극형식. 이번 공연은 전국문예회관 연합회 2004년 공동망 제작사업으로 극단 ‘아리랑’이 연출한 작품이다. 공연에선 시대를 뛰어넘는 참 지식의 실천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삶과 사상을 만난다.
 이계심의 민란, 정조의 간곡한 부탁, 어전, 노론의 음모, 천주교 현장을 잡아라, 신유박해, 하담별곡, 유배생활 등 공연은 모두 19개 시퀀스로 구성돼 박진감 넘치고 흥겹게 진행된다.
 공연에 나오는 노래는 다산 시선집에 실린 작품들로 우리 고유의 장단을 실어 편곡했다. 새로 거른 막걸리, 그 아니 유쾌할소냐, 솔파란 놈, 어미 윤씨의 노래, 율정별곡, 승냥아 이리떼야 등 9개의 곡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시대 조류를 누구보다도 빨리 감지하고 봉건사회 조선을 변화시키려 했던 조선의 지식인, 전통 주자학의 범위를 뛰어넘어 성호 이익의 학풍과 서학에 관심을 가졌던 다산. 그는 수원 화성 건축이나 미과회통과 같은 저서에서 드러나듯 과학, 의학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연구와 개혁을 실천한 인물이다.
 다산이 살았던 18∼19세기는 전통사회의 해체기이자 근대의 여명기. 그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바로 세우면서 서양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이는 ‘주체적 근대화’를 주장했다. 민족자존을 내세우면서 주자학의 이상론을 거부하고 조선에 맞는 이론과 사상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지식과 덕망이 있는 인물을 등용할 수 있는 인사제도의 개혁을 국가위기 극복의 중요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우리의 역사, 지리, 풍속, 교양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민족문화의 정통성을 발굴하고 서양의 과학기술을 수용해 발전시키려는 시도도 다산의 주요한 발걸음이다.
 봉건사회 울타리를 뛰어넘어 지역, 신분에 대한 차별없이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던 다산은 정조가 승하한 뒤 노론의 공세에 휘말려 신유사옥을 겪으며 유배되는 비극을 맞기도 한다.
 이후 다시는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한지만 18년간 강진 유배생활에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후대에 길이 남을 저서 500여권을 저술했다. 공연시간 오후 2시. 7천원. ☎(032)420-2177.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