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센티미터 서가(書架) 운동의 의의 -인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이종복/시인·터진개 문화마당 황금가지 대표>
 한 아이가 태어나 온전한 생명체로써, 인류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18㎝ 길이의 자궁을 통과해야만 한다.
 마야 부인의 옆구리를 통해 태어난 ‘부다’나, 알에서 태어난 신라의 시조 ‘혁거세’를 제외하더라도 특별한 태어남이 아닌 바에, 우리는 보편적 진리인 ‘길이’의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현실적 시간과 공간을 주도하는 현대 인류 군(群)에 비로소 합류하는 것이다.
 인천이라는 공간 구조를 알음알이 한다는 것은 인천 사람으로써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 공간의 성격과 배경을 모르고서는 삶의 질적인 발전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 제대로 알기 운동을 전개함에 있어서 인천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정도(情到)의 저울을 피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인천의 ‘얼굴’을 표현하는 대중매체의 중요성은 입이 닳도록 설파해도 부족할 따름이다. ‘얼굴’은 ‘얼’과 ‘꼴’(모양)의 합성어이다. 온라인(ON-LINE)을 통해 검색할 수 있는 일련의 인천 관련자료는 일종의 ‘꼴’이 된다. 대중적 표현 양식의 한 방식일 터이다.
 그러나 좀 더 고전적이고 세련되고 마음 훈훈한 질감으로 다가오는 뭐, 더 좋은 방법 ‘얼’은 없을까?
 속도와 물량과 질의 싸움이 극대화되어 가는 현실적 대안은 역설적이게도 ‘느림’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한다. 미래 사회가 원시반본(原始反本)의 행태로 이행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직스럽게 30㎝ 서가(書架)운동을 주창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천에 소재하고 있는 일반 서점을 비롯해 기업체, 학교 및 각 가정은 ‘인천 제대로 알기’를 위해 인천과 관련된 책들을 집중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거듭나기 위해서다. 인천만의 지역적 특수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지역사회 발전의 밑거름을 만들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인천에서 살아가는 참다운 인천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그래서 3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