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서가 30Cm 운동, 외면 말아야 /조우성·시인>
지방 여행을 하다보면 서점이 곧 그 도시의 총체적 수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술집이며 찜질방이며 노래방 같은 환락 시설은 어딜 가나 휘황찬란한데 서점은 찾기 어렵고, 어쩌다 찾아간 곳도 초라하게 느껴질 때면 왠지 그 도시 자체가 사막처럼 황량하게 느껴진다. 그런 도시에서는 보나마나 고서점도 찾기 힘들고, 있다고 해 봤자 초등학교 앞에 문방구를 겸한 ‘헌책방’이 고작이다.
인천도 이에서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인구 260만 명이 모여 살고 있는 세계 100대 도시에 중형 서점이 너댓 군데에 불과하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너나없이 요즘 ‘세계 속의 인천’을 부르짖고는 있으나 외국어 전문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예술대학이 없으니 음악, 미술 등 전문 서점이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중형 서점들이 구색을 갖추고 있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서점의 규모가 대부분 작고 독서층 역시 두텁지가 못하다. 오죽하면 총판에서 받아들이는 인문학 관련 도서가 종류 불문하고 대개 3권에서 5권 정도라고 할까. 그런 실정에서 이들 서점에 ‘인천 관련 도서’를 비치해 달라는 것부터가 무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오리무중인 셈이다. 또 일반 독자들이 스스럼없이 서가에서 뽑아들 수 있는 인천 관련 도서가 현재 과연 몇 권이나 되는 지도 냉정히 반성해 볼 일이다. 그렇지만 이 운동을 통해 우리 고장의 이모저모를 알자는 데 반기(反旗)를 들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어쨌거나 차제에 서점 하시는 분들은 무리한 부탁인 줄 아나 이제 교보(敎保) 등에 버금가는 쾌적한 공간과 다양한 서적을 구비하는 데 애를 쓰셔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 ‘지역 상권 보호’라는 구실 아래 시민들이 문화적 불이익을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애향심 고취 운동을 위해 서가의 30㎝만 할애해 달라는 요구도 외면치 마시기를 바란다. 생동하는 인천이 있고, 건강한 시민이 있어야 서점도 번성할 게 아닌가? 어느 지방 도시이든 ‘향토 관련 서적 코너’를 크게 마련하고 있는 일본 서점가의 지역적 배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