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앞바다 바로알기 탐사
 2003년 6월28일 옹진군 북도면 신·시·모도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28일 자월도(紫月島)까지 꼭 다섯달이다. 인천앞바다 바로알기 해양탐사.
 그저 ‘인천의 바다와 섬을 제대로 알려보자’는 맹물같은 열정이었다. 13명의 탐사대원들은 시간을 쥐어짜고 도려내 한달에 한번 혹은 두번, 금·토요일엔 바다에서 만났다.
 대원들은 섬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떨어지는 ‘바다의 아픔’을 느꼈다.
 폐어구로 쓰레기매립장이 되버린 장구도와 지도 앞바다의 처참함을 보았고, 물고기의 씨가 말라버린 바다를 보면서 한숨짓던 칠십대 노인의 절규도 들었다. 모래가 쓸려나간 자리에 자갈이 드러난 천연해수욕장의 흉한 몰골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인천 앞바다는 절망만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비극’의 테두리 속에선 ‘희망과 생명의 싹’이 움트고 있었다.
 바닷 모래를 목숨처럼 여기는 주민들의 변화된 인식을 읽었고, 다시마와 파래가 물씬 붙어있는 해안의 바위에서 생명의 부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월도의 ‘별난금’과 ‘어류꼴’에서 아낙들의 콧노래가 퍼졌다. 지난 10년전 외항선 두척이 연거푸 좌초되면서 깡그리 죽은 줄로만 알았던 굴과 바지락이 살아 돌아오면서 남긴 ‘풍어가’였다.
 인천 앞바다 바로알기 탐사활동의 가장 큰 보람은 장봉도 인근 갯벌의 습지보호지역과 대이작도 ‘풀등’ 주변해역의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이었다. 2003년 탐사활동은 습지보호 및 생태계보전 지역 지정의 추진과정에서 마무리까지 함께 있었다.
 지난 6월28일 첫 탐사지인 장봉도에서 대원들은 힘 없는 주민들의 속앓이를 들어야 했다. 동(東)·서만도(西晩島)를 포함해 장봉도 인근 710만평의 너른 모래갯벌이 광물채취를 가장한 모래채취업자들의 ‘먹이 감’이 될 판에 놓여있다는 딱한 사정이었다.
 장봉도 인근 갯벌은 깨끗한 바다 물에서 사는 백합의 서식장소였다. 어민 800여명이 삶의 끈을 대고 있는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
 9월27일과 10월24일 탐사길에 오른 대이작도와 승봉도 등 자월면 전체가 없어지는 모래와 함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대이작도의 주변해역의 모래도 주민 밥벌이에 가장 큰 보탬이 되는 재산이었다. 이 곳의 천연해수욕장들은 연간 10만명의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관광자원이었다.
 그러나 삶의 밑천인 해수욕장의 모래가 없어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연간 2천만㎥의 바닷모래 채취허가를 내주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야단이었다.
 지난 10월24일 탐사에는 습지보호와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의 정상윤 사무관과 동행했다. 주민들의 얘가를 직접 들어보고,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함께 알아 보자는 뜻에서 였다.
 그 결과 해수부는 지난 12월26일 대이작도 주변해역 55.7㎢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장봉도 인근 갯벌 68.4㎢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주민들의 바람이 정책으로 꽂힌 것이다.
 또 하나의 성과는 이달 1일 있었던 인천시의 무인도의 관광자원화 발표다. 시는 지난 9월26일 탐사활동에 참여했던 박창호 시 항만공항 물류특별보좌관을 팀장으로 태스크 포스 팀을 짰다. 무인도서 112개를 생태관광지로 꾸미기 위해서다.
 또 하나는 탐사활동을 담은 사진전(12월 26일∼29일)과 보고서 발간이다. 시민들에게 인천의 바다와 섬을 알리기 위한 작은 결실이었다. <글 =박정환기자. 사진=유재형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