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작가회의 동인 정민나 시인이 첫 시집 ‘꿈꾸는 애벌레’(배꼽마당·140쪽)를 펴냈다.
 맑고 투명한 모습과 어둡고 지친 모습…. 그의 시집에 실린 ‘길이 된 섬’ ‘꿈꾸는 애벌레’를 비롯한 66편의 시는 ‘어떤 색깔’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여러가지 표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선다.
 첫 장에 실린 ‘굴업도’를 비롯해 그의 작품에는 특히, ‘바다’가 자주 등장한다. 바닷가가 고향인 그는 바다에서 살았던 유년의 기억을 낭만적인 시선과 함께 삶의 현장으로 그려낸다.
 시인에게 있어 푸른 바다는 시인이 힘겨운 세상을 마주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의 근원이다. 혼탁한 세상을 맑고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필터이기도 하다.
 ‘태양을 입은 뱃사람들/ 그물을 끌어올린다/ 굴업도를 챙겨 올린다/ 뜨거운 마그마에 튀겨진 돌들/ 더욱 단단하게 식어가는/ 굴업도는 곧 출항할 것이다…하략.’(‘굴업도’ 중에서)
 ‘파도가 창을 열고 달려간다 시화방조제가 물새소리에 부딪쳐 허방 딛듯 첨벙첨벙 허물어지고 있다 해안을 게발로 물듯 물고 늘어선 횟집 앞바다에 섬 하나가 변화를 거부하려고 제 살을 털며 솟아올랐다…하략’(‘길이 된 섬’중에서)
 인천의 자연에 대한 얘기도 이따금 만날 수 있다.
 ‘순환로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 울음소리 들려온다/ 아직도 나는 저 새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중략…인천항으로 화물선 한 척이 들어온다/ 뱃고동 울리며 조심스럽게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내가 천천히 더 넓게 열린다…하략’(‘월미산’중에서)
 문학평론가 이현식씨는 “정민나 시인은 호숫가를 걷거나(오래된 호수) 월미산을 오르며(월미산) 그녀는 자신에게 침잠하며 시적 대상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1960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정민나 시인은 1998년 ‘현대시학’에 ‘길이 된 섬’을 포함한 네 편이 추천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대시학회’ ‘인천작가회의’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6천원.<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