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승/인천 중앙침례교회 목사

 요사이 방송을 보면 도저히 사람이 더이상 살 수 없는 악한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정치ㆍ사회ㆍ경제ㆍ종교ㆍ교육 어느 면으로 보아도 부정부패의 뿌리가 깊다.

 종종 들려오는 소식은 너무 끔찍해서 몸서리까지 쳐진다. 철로에 사람을 묶어 놓아서 다리가 잘려 나가게 하는 사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하거나 자신의 다리를 스스로 절단하는 일들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오늘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다.

 언젠가 시장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시장 어느 쌀집에 뒷문이 있는데 누군가 주인이 한눈을 판 사이에 뒷문을 통하여 들어와서는 쌀 한포대를 들고 나가는 것이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주인은 그사람을 쫓아갔다. 그는 얼마 가지 못해 잡혔고, 주인은 그를 다그쳤다. 쌀자루를 들고 있던 그사람이 주인에게 미안하다며 한말은 『처자식을 데리고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그랬는데, 미안합니다』라는 것이었다. 주인은 화가 나면서도 무척이나 사정이 딱한 나머지 포대를 찢어서는 봉지에 쌀을 덜어주며 『사정은 딱하지만 저도 먹고 살아야죠』라고 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선진국의 대열로 들어서려고 했었던 이 나라가 갑작스레 닥쳐온 IMF로 먹고 살기가 힘든 나라, 실직이나 부도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나라, 실직으로 노숙자가 늘어가는 살기 힘든 나라가 되었다.

 사회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다. 그러나 아직 이 사회가 이렇게 IMF를 버티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아직 이 사회에 보이지 않게 악과 맞서 선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한통에 1천원하는 ARS전화에 계속해서 다이얼을 누르는 사람들, 평생 걸려 모은 돈을 좋은 일에 쓰려고 내놓는 의로운 사람들, 자기가 맡은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산업현장의 일꾼들, 오늘도 최전방에서 불철주야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 이 모든 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외형적으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이 사회가 유지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이 사회를 지키고 있는 한 아직 이 사회는 희망이 있다. 정치, 법조, 교육, 사회ㆍ경제, 종교계 전반의 모든 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우리에게는 새로운 희망찬 내일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