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화창한 하늘은 웅크렸던 마음을 활짝 펴주고, 원두커피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카페에 들어서면 평화로움이 찾아든다.
 사랑하는 연인을 유혹하려면 분위기 좋은 곳으로 데려가라는 말도 있고 보면, 분위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이다.
 이 겨울, 눈이라도 내린다면 연인의 손을 잡고 한번쯤 가 보고 싶은 색다른 분위기의 카페 겸 레스토랑들이 있다.
 이곳에선 로멘틱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림을 보고 도자기를 감상하며 살아있는 동물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라도 좋다. 그 곳의 분위기에 취해 얼마든지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으므로.
 #오르쎄(대표·민혜련)
 카페에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이 흐른다. 창밖에는 이제 막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지난 나이인 9년생 골든레트리버 ‘주디’는 틱틱 거리며 타오르는 장작난로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꿈을 꾸는 것일까. 늙은 개는 이따금씩 고개를 쳐들어 컹 컹 하고 짖어대다가는 다시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양발 위로 천천히 턱을 내려 놓는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르쎄’(orsay)의 겨울은 그렇게 깊어만간다.
 아름다운 센 강을 끼고 있는 프랑스의 오르쎄미술관이 연상될 만큼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르쎄는 유럽풍 분위기를 자아낸다.
 편안한 등나무 의자와 금방 빨아내온듯한 하얀 천을 덮은 테이블. 커다란 유리창으로 된 벽면 너머로는 송도신도시 예정지와 청량산의 은행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박하향처럼 시원하다는 느낌이다.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을 왼쪽으로 지나쳐 조금만 가다보면 오른쪽에 자리한 ‘오르쎄’는 94년 문을 열었다. 1층은 갤러리샵으로 꾸며졌고 2층에서 이태리 음식과 차를 내온다.
 1층에선 이따금 전시회가 열리며 늘상 그림과 도자기 등을 접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판화나 이태리풍의 크리스탈 용품, 도자기로 구워낸 다기세트, 홍차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나무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 보자. 한켠에는 통나무를 연료로 떼는 장작난로에서 투둑 투둑 소리를 내며 불꽃이 타오르고 있고, 다른 한켠에는 메도크, 모젤, 레드, 스페샬 등 와인들이 부드러운 인사를 건넨다.
 해산물그라탕, 소안심과 파스타, 까르보나라, 라자냐, 봉골레 등 온갖 이태리요리를 맛보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발걸음을 하기도 한다. ☎(032)832-2517.
 #토촌(대표·이향금)
 상큼한 풀 내음. 포르르르 날아 오르며 화려한 문양의 깃털을 자랑하는 산새들.
 우리나라 전통식 카페 ‘토촌’(土村)은 1년 내내 봄을 품고 있는 곳이다. 사방에 둘러쳐진 인조연못에서 지느러미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금붕어들은 조선시대 양반의 걸음걸이처럼 거드름을 피운다.
 토촌에 들어서면 우선 구관조의 ‘안녕’하는 인사를 받을 수 있다. 토촌분위기를 띄워주는 ‘분위기 메이커’다.
 테이블로 가 앉기 위해 몇걸음 하다보면 푸르르르 푸르르르 금호조, 천인조 등 형형색색의 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반갑게 인사한다. 새들이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통에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기 일쑤다.
 이들의 보금자리는 사방으로 둘러쳐진 제법 울창한 인공 숲이다. 30여종의 새들은 숲속 보금자리에 알을 낳고 부화를 하는가 하면, 통나무로 만들어진 손님들의 테이블에 ‘실례’를 하기도 한다. 그런 일은 많지 않지만 설사 실례에 봉변을 당한다 해도 웬지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더더욱 반가운 것은 실례를 한 테이블에 대해서는 돈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
 이런 숲을 끼고 있는, 역시 사방으로 둘러쳐진 어항은 시냇물 혹은, 웬만한 연못에 버금간다. 시냇물을 따라 반짝반짝 빛을 내며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하나같이 희귀한 품종들이다. 흙과 나무와 풀과 꽃으로 둘러싸인 토촌은 도심속의 아늑한 숲속이라 할만 하다.
 카페인 3층에서 한층만 내려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 2층은 토속내음이 물씬 풍기는 나무와 황토로 꾸민 방들이 마련돼 있다. 방의 구조, 살림살이 모두가 조선후기 풍경을 간직하고 있으며 벽에 걸린 동양화는 이미테이션이 아닌 진품들이다.
 전통가옥으로 꾸민 1, 2층에선 게장, 갈치, 낚지, 갈비 등 네종류의 한정식을 팔고 있는데 점심시간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인천시 중구청 옆 자유공원 입구에 있다. ☎(032)762-1921(한정식), 777-9622(카페). <글·사진=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