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출범의 닻을 올린 베세토(BESETO)연극제가 한국과 일본, 중국을 세 바퀴 돌아 10월 중순 의정부에서 열린다.
 베세토연극제는 한·중·일 3국이 아시아연극의 발전을 도모하고, 세계연극 속에서 아시아연극의 역할을 재발견하려는 목표로, 해마다 3국을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 특이한 형식의 연극제이다. 전 세계에 수 백 여의 연극제가 있지만 이런 연극제는 없다. 여기에 관객과 연극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실은 그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형식상의 문제일 뿐이다.
 베세토축제의 진정한 특질은 동양 3국 민족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너그러움이며, 나와 우리를 발견하는 탐구정신이요, 대안을 넘어선 아시아적 정체성에의 접근이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연극인들이 이 축제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중·일 3국 국민의 개인적인 관계는 친밀하나 국가와 국가간에는 아직도 미묘한 앙금이 남아있다. 그래서 연극인들이 앞장서서 신뢰와 우호를 증진하는 하나의 바탕을 조성하였다는 것도 성과중의 하나이다. 95년 동경에서 윤석화의 ‘덕혜옹주’를 보고나서 연출가 이시자와 슈우지(石澤秀二)씨의 ‘상호 이해를 위한 증오의 불가피성을 엄숙히 받아들인다’는 얘기는 가해의 책임을 절감하는 한 지식인의 고백일 뿐 아니라 일본의 양식이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아울러 ‘봄이오면 산에 들에’나 ‘동방의 햄릿’에 보여준 북경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은 ‘너를’ 바라보고 또한 ‘나’를 발견하는 연극예술의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준 증좌였다. 특히 95년에 3국 배우들이 참여한 ‘물의정거장’, 2000년도 3국이 ‘춘향전’을 3부로 나누어 만남-월극(越劇), 이별-가부키, 재회-창극 스타일로 공연한 일은 베세토가 이룩한 자랑스러운 성과들이다.
 이번 의정부에서 열리는 베세토축제는 교류의 의미를 확산시키는 관객동원에서 확실히 개선하고자 한다. 3년에 한번 열리기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기란 쉽지 않다. 관계자끼리의 잔치에 그치고 마는, 허전한 객석으로는 교류나 축제의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금년에는 중국의 ‘패왕별희’, 일본의 ‘시라노 드 벨쥐락’, 그리고 한국은 ‘우투리’가 공식참가작으로 초청되어 3국 연극의 현주소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패왕별희’는 장국영의 영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고, ‘시라노 드 벨쥐락’은 세계적인 연출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스츠키 타다시 연출작이기에 연극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베세토연극제는 3국의 대표적인 현대극을 묶어서 공연을 갖는 이상의 중요한 역사적, 정치적, 미학적 의미를 갖는다. 이 의미를 역사화하는 작업으로 베세토10년사를 발간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의 기억이 사라지면 그 역사 자체도 실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베세토 10년의 내용과 성과를 분석한 책자를 통해서 역사의 의미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아시아연극의 꿈’이라는 주제를 갖고 베세토 과거 10년을 회고하고, 미래 10년을 전망하는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모쪼록 의정부에서 개최하는 제10회 베세토연극제는 경기도가 동북아의 문화 중심축으로 우뚝 서게 하는데 일역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구자흥·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