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행은

사랑의 문 여는

으뜸의 길

 삼국유사에 보면 백월산 2대 성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백월산 남쪽에 어떤 수행자가 수행을 하고 백월산 북쪽에도 어떤 수행자가 있었습니다. 한 분은 지혜는 뛰어나나 자비심이 부족하고 한 분은 자비심과 지혜를 함께 갖추었습니다.

 관세음 보살이 열심히 정진하는 두분을 돕기 위하여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 처녀의 몸을 한 관세음 보살이 나물 바구니를 들고 남쪽 암자에 이르러 말하기를 『이웃 동네 여자인데 날이 저물어 길을 잃었습니다. 산중에는 호랑이등 맹수들이 많으니 목숨이 위태합니다. 하룻밤만 재워 주십시오』 하니 남쪽 암자의 스님이 대답하기를 『당신같은 젊은 여자와 있으면 내 마음이 흔들리기 쉽소. 호랑이 등 맹수의 문제는 당신 문제요. 나는 파계하기 싫소』하고 냉정하게 말하며 여자를 쫓아 버렸습니다.

 관세음 보살이 생각하기를 「이 수행인은 파계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대단하지만 사람이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나만 온전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볼때 자비심이 부족하구나」하고 생각하며 다시 여자의 몸으로 북쪽 암자에 이르러 똑같이 말합니다. 북쪽 암자의 스님은 「이 여인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이를 구원해 주어야 겠다」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며 그 여인을 방안에 들여 놓았습니다. 그렇다고 파계할 수는 없어 방 안에 선을 그어 놓고 밤새도록 정진을 하였습니다. 관세음 보살은 그 수행인의 자비심을 보고 한 술 더 떠서 말하기를 『내가 아이를 낳으려 하니 산탕(産湯)물을 준비해 주시오』하니 그 수행인은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산탕물을 끓여 주었습니다. 곧 이어 암자는 목욕하는 여인의 향기로 가득 찼습니다.

 이어 여인이 『목욕물이 남아 있으니 당신도 들어와 목욕하시오』하여 목욕탕에 들어가니 몸과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차고 전신이 황금빛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순간 여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때, 남쪽 암자의 수행자가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여자 때문에 파계할 뻔한 것을 면했지만 북쪽 암자 수행인은 틀림없이 파계하였을 것이니 내가 위로겸 놀려 주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북쪽 암자를 찾아가니 수행자는 보이지 않고 금빛 부처님만이 앉아 계셨습니다. 금빛으로 빛나는 부처가 된 수행자가 자초지종을 말하고 이르기를 『목욕하던 물이 남아 있으니 들어와서 목욕하시오』 하기에 남쪽 수행자도 그 목욕탕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물이 부족하여 반만 금빛 몸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혜는 자리(自利)의 행이 주가 되고, 자비(慈悲)는 이타(利他)의 행이 주가 됩니다. 이 설화는 자리의 행도 중요하지만 이타, 즉 남을 이롭게 하는 행이 더 중요하고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인 것으로, 이 어려운 자비행은 인간 모두의 사랑에 문을 여는 으뜸의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