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통의 골[谷]명 유래
 전하는 말에 의하면 지형이 염통처럼 생겼다하여 염통이라 부르던 것이 영통이라 불렸으며, 이렇게 와전된 이름에 다시 영통에 걸맞는 유래가 생긴 것이 영통이 아닌가 한다. 즉, 영통(靈通)이란 영(靈-神靈?)과 통(通)하는 곳이란 유래를 갖게 된 듯하다.
 영통의 정신적 지주로는 역시 청명산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인 지 청명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는 많은 전설이 전하고 있다. 그간 몇 차례에 걸쳐 이 지역의 전설을 소개한 바가 있다. 이번에는 영통골에 전하는 골[谷]의 이름과 그 유래를 소개하고자 한다.
 황골[凰谷]마을에서 영통지구에 이르는 골짜기와 그 유래이다. 황골[凰谷]은 황곡(黃谷)이라고도 불리나 봉황(鳳凰)이 앉은 형상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전한다. 골짜기의 이름은 각각 물땅골, 할머니골, 중늙은이골, 늙은이골, 젊은이골, 총각골, 오리나무골, 등이다.
 한편 황골이란 지명은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청명산을 중심으로 그 동서에 황골이라 불리는 지역이 여럿이다. 여기서 말하는 황골은 주공 아파트, 벽산 아파트 단지가 형성된 지역이다.
 아무튼 왜 ‘물땅골’인가 하면 물이 많이 나온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그곳에 약수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곧 이 마을이 샘골이 된다. 한 편 물땅골은 물탕골, 물터골 등으로도 불린다.
 ‘총각골’은 그 곳에 장가를 들지 못하고 죽은 총각의 무덤이 셋이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늙은이골’은 노인들이 기력이 다해서 집안 일을 돌볼 수는 없고 일 없이 모여 앉아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장기도 두고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음은 ‘젊은이골’로 골짜기가 가장 길고 힘있는 젊은이들이나 다닐 수 있는 골짜기란 뜻이다. 젊은이들이 나무를 하기 위하여 오르던 골짜기가 젊은이 골이다.
 바로 다음 골짜기는 ‘오리나무골’로 말하자면 젊은이들이 찾는다는 점에서 젊은이골과 인접한 것이 아닌가 한다. 다만 이 골짜기는 젊은이골에 비해 짧고, 또한 여자들도 올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리나무골’은 예전에 서천리의 처녀들과 황골 총각들이 만나던 골짜기로 은밀한 곳이었다고 전한다.
 그런데 아쉬웁게도 ‘할머니골’이나, ‘중늙은이골’에 대한 유래는 전하지 않는다. 그 이름만이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골[谷]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된 셈이다. 즉, 이 마을에서 골짜기의 이름을 붙이는 원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추정이 가능해진다.
 촌로(村老)들은 골짜기의 이름과 순서를 다음과 같이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할머니골, 중늙은이골, 늙은이골, 젊은이골의 순서이다. 이는 골짜기의 길이와 경사가 급하고 완만한가에 따라 골짜기의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어떤 골짜기는 할머니들이 오르기에, 어떤 골짜기는 늙은이, 더 세분하여 중늙은이가, 험하고 경사가 급하고 길은 골짜기는 젊은이들이 오르기에 적합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여기에 ‘오리나무골’이 있어 흥미를 더한다. 그 옛날 마땅히 사랑의 밀어를 나눌 장소가 없었던 시절에 어른들의 눈을 피해 젊은 남녀들이 그들만의 사랑을 싹틔울 수 있던 곳이 곧 ‘오리나무골’이 아니었겠는가?
 보편적인 지명이 지형에 의해서 지어진다고 볼 때, 영통에 전하는 골짜기의 이름이 골짝이의 생김새는 물론 그 곳을 이용할 수 있는 남녀와 연령에 따라 지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흥미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