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기로에선 인천문화예술>4.인천문화재단 어디로 가야하나
 3편에서 인천시 문화예술 지원체계의 비합리성을 지적했다. 공은 이제 인천문화재단으로 넘어간다. 인천문화재단의 출범예정시기가 오는 10월인데다, 출범할 경우 문화예술지원을 비롯, 문화행정의 상당부분을 집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인천의 모든 문화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인천지역 문화지도를 새롭게 그릴 만한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 역할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막중한 책임을 떠 맡은 인천문화재단은 그러나 벌써부터 모양세가 흐트러지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의 현재 출연금은 302억원. 시는 300억원이 모아진 시점에서 재단을 출범하고, 1천억원이 되기 전까지 매년 일반회계의 1%씩을 적립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으므로, 302억원이 모아진 시점인 지금 출범을 앞두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청천벽력같은 비보가 문화예술계를 강타했다. 인천시가 일반회계 1% 출연의무화 규정을 삭제하고, 조직 안정화 시기까지 시 소속 공무원을 파견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시의회의 반대에 부닥쳐 개정조례안은 통과되지 못해 시 입장은 유보된 상태다. 그러나 1%적립에 여전히 회의적이어서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인천시가 1% 적립 입장을 철회한 것은 애초 예상했던 금리가 10% 대에서 4∼5%대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는 1% 적립조항을 삭제하고 그에 상응한, 혹은 그 보다 더 많은 예산을 탄력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문화예술단체들의 반대입장은 추상처럼 단호하다.
 문화예술단체는 우선 문화재단의 운영경비가 다른 부서와의 우선 순위 경쟁을 벌일 때 재단운영에 필요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반회계란 것이 해당 연도 세수입이나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따라 언제든지 수정·변경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저금리가 계속돼 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1%기금출연 규정을 삭제할 것이 아니라 부족분을 별도로 보조하는 방안이나 기금출연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 소속 공무원을 겸임 또는 파견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 계획에 따르면 현재 20명 정도의 재단직원 가운데 문화정책과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전문직 직원은 8∼9명 정도이다. 경리, 워드프로세서 등 일반·기능직 10여명은 시 공무원으로 채울 예정이다. 여기에다 재단대표를 행정부시장이 겸직한다는 말까지 나오자 펄펄 뛰고 있다. 즉, 시가 파견한 재정·회계담당 실무급직원이 정책결정이나 집행과정에서 어떻게 중립성을 지킬 것이며, 더욱이 수장이 비전문가인 행정부시장이 앉을 경우 예술적 감각과 전문적 식견이 필요한 문화행정이 제대로 펴지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997년 출범한 경기도문화재단의 설립과정과 조직구성, 업무집행 등은 참고가 될 만하다. 경기도 문화재단은 출범전까지 일반회계에서 매년 100억원씩 많게는 200억원씩 적립해 결실을 봤다. 현재 이사장은 손학규 경기도지사이고 대표이사는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장관이다. 도지사는 대표성만 띨 뿐 실질적 권한은 대표이사가 쥐고 있다. 그 아래 포진한 35명의 직원들은 일반직이건 전문직이건, 기능직이건 하나같이 도 소속 공무원이 아닌 공채로 뽑은 사람들이다. 경기도문화재단 관계자는 “문화재단은 무엇보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향후 10년까지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재단대표를 민간에서 선출해 권한과 책임을 주고 직원들도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자가 낮아지긴 했지만 문화예술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인드의 문제인 만큼 기금조성시기까지 적립을 계속 하고 이후 기금운용을 탄력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출범 1년8개월여밖에 안된 부천문화재단은 민간인을 상임이사로 뽑아 권한과 책임을 준 뒤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성수열 상임이사가 이끄는 부천문화재단은 1년8개월여만에 경제적인 부분에서만 4억여원의 수익을 남긴 흑자재단으로 올라섰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이에 따라 인천문화재단출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다.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운영철학에서부터 세세한 행정에까지 함께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문화도시 인천’을 만들어가는 것은 민도 관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내고장 문화는 내가 만들어간다’는 자부심과 책임으로 다 함께 가슴을 열어 젖히고 눈높이를 맞출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인천시민들은 더 이상 서울로 가지 않고 내가 사는 곳에서 광천수처럼 시원한 문화적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 광맥이 바로 인천문화재단이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