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앙드레 말로를 장관으로 하여 문화성을 설치한 것은 1959년이고, 문화자원봉사자가 5만 명을 돌파한 것은 1980년이다. 그리고 미국인의 52%가 주 3.5시간을 봉사하는데 사용함으로써 활력 있는 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통계는 1996년의 일이다. 우리 애가 학교에서 요구하는 봉사활동을 위해 동회를 찾아가면 도움 받을 일이 없다고 거절당해 돌아오고, 우체국에 가서는 우편물을 분류하느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곤 하던 시점이다.
 아직도 우리는 봉사를 하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쪽 모두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봉사자 입장에서는 봉사활동을 귀찮게 생각하거나, 해당기관에서는 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워 낭비적 요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케네디센터는 600여명의 봉사자들이 하루 3교대로 평균 4시간씩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6시간 정도의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3개월 수습기간을 거쳐 선발된 사람들로, 본인 희망에 따라 관람안내, 회계사무, 공연관련자료 수집 및 정리, 회지발간 등의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봉사시간동안 무료주차와 정기홍보물의 배달, 10달러 이상의 기념품 구입시 25%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연말에는 활동기록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 활동에 소요된 경비를 정산해 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혜택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지망생은 꾸준히 몰려들어 극장측이 선발한 사람들에게만 봉사기회를 부여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봉사활동이 다양한 형태로 활발해지는 추세에 있지만, 문화봉사는 아직 낯설기만 하다. 대체로 단순한 관람 안내, 문화재 해설 혹은 우편발송 보조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문화봉사자는 지역의 문화발전을 용이하게 해주는 문화촉매자로서, 인간의 꿈과 사회의 갈망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극장 기능을 확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개개인의 삶의 또 다른 가치 코드를 발견하고 창조할 수 있기에 문화봉사의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미 선진사회는 기부행위나 봉사활동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사회적 가치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직 그러하지 못하다. 우선 문화시설 운영자 스스로 경험도 미흡하고, 봉사활동의 범위가 단순 업무에 그쳐 봉사자가 보람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정부 예술의전당은 이번에 한국문화복지협의회가 실시하는 문화자원봉사자 교육을 6주에 걸쳐 12강좌를 시행하고, 이 프로그램 이수자 35명으로 구성된 문화봉사단 출범의 닻을 올렸다. 즉 시민의 입장에서 문화프로그램 콘텐츠에 대한 일정한 합의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공연전시의 기획, 관리, 진행, 홍보 및 모니터 역할까지 부탁드릴 생각이다. 어느 정도 인건비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극장이 지역사회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깊이와 부피를 확장하기 위한 시민 참여프로그램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봉사자들 스스로 재미와 보람을 만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제 봉사자들의 시간과 열정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하는 행복한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바라건대 문화봉사자들의 활동이 전국의 모든 문화공간에서 보편화되어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구자흥·의정부 예술의 전당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