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맨(The Antman/감독·크리스토프 감플)
 황토 빛 먼지가 누렇게 날리는 황량한 멕시코 사막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1958년 5월, 개미와의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둔 영웅 돈 호세 알바레즈는 고혹적인 아내 벨라와 결혼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행복을 꿈꾸는 돈 호세의 앞 길은 그러나 인간과 개미의 유전자를 조합해 ‘개미인간’을 만들려는 로코 사타노의 등장으로 첫날 밤부터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돈 호세의 친동생이었으나 불행한 어린시절로 개미와 함께 사는 로코 사타노는 형의 아내를 납치, 여왕개미로의 탄생을 기도한다. 신부를 구하러 개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돈 호세는 개미들에게 뇌를 먹히고 개미인간이 되고 만다.
 멕시코 사람들이 독일말을 하는 영화 ‘앤트맨’은 돈 호세와 벨라의 끈적끈적한 섹스, 로코 사타노의 우스꽝스러운 광기 등 단순하고 명쾌하며 여러가지 면에서 기묘한 맛을 낸다.
 ‘앤트맨’은 ‘메트로 폴리스’나 ‘니벨 룽겐의 반지’ 같은 과거, 독일의 위대한 작품을 촬영했던 바벨스베르크스튜디오의 소품을 믿고 제작된 싸구려 영화 시리즈 ‘플래닛B’의 네 작품 중 하나다. 시리즈 이름에서 눈치를 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헐리우드 B급영화의 원칙을 잘 따르고 있다. 편당 80만 달러의 저예산에, 사막을 배경으로 어설픈 연기의 배우들이 나오는 서부영화이고 끔찍한 개미떼가 인간을 위협하는 공포물이며 인간과 개미의 합성을 그린 SF이다. A급 영화의 상업성을 깨뜨리고 나름의 스타일로 예술성을 획득했다고 평가받는 30, 40년대 B급 영화를 꿈꾼 ‘앤트맨’은 낯설기는 하지만 늘 똑같은 얘기, 사랑타령에 지겨워진 관객의 입맛에 새로운 재미를 줄 수도 있겠다.
 독일출신의 크리스토프 감플감독은 1994년부터 여려 편의 단편과 TV물을 찍어왔다. ‘버닝 맨 2020’으로 장편 데뷔했으며, ‘앤트맨’은 두번 째 작품이다. 14일 오후8시 복사골문화센터.<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