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인천에겐 퍽이나 연(緣)이 깊은 국가이다. 인천개항의 시원지인 능허대에서 첫 출항한 선박의 목적지는 역시 중국이었다. 이후 중국과의 국교개설 여부에 따라 인천의 부침은 극명하게 차이를 보여 왔다. 그만큼 떼어 놓을 수 없는 애증의 관계인 셈이다.
 이런 중국이 최근에는 서서히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을 다녀온 지역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기를 죽인다’는 반응이다. 기술관련시설이라도 들러보고 온 사람들은 두려움 섞인 평을 쏟아낸다. 괄목한 고도성장에 이어 세계 최고국가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국가 수뇌부에 과학과 기술이 몸에 밴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를 대거 발탁한 용단과 추진력을 두고 하는 표현들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도 이런 반응들의 최종 귀착점은 따로 있다. 두려움은 비교대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 대상은 바로 우리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중국과 어깨를 견줄 준비는 돼 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낙관할 수 없다’이다.
 중국과 같이 우리도 정부가 바뀌었다. 주류세력 교체작업도 한창이다. 논란이 있지만 개혁은 시대적 요구다. 하지만 눈을 잠시 돌려보자. 경제가 우선 엉망이다. 중국은 과감한 외자유치를 통해 비상하고 있건만 우리는 허덕인다. 경제위기가 재차 거론되고 있다.
 물론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세계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것에 맞춰 우리정부도 미래발전전략인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계획을 내걸었다. 실천방안으로 경제자유구역 제도도 도입했다. 중국처럼 특정지역을 거점으로 해 외자를 유치하고 마인드와 활동의 국제화를 도모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척이 없다. DJ 정부에 이어 새 정부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기는 했으나 아직껏 검토 중이란다. 대상지역을 늘려야 하고 관련 제도와 컨텐츠를 보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부처간 이견은 계속된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한 경제부처 차관이 뜬금없이 김포신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하겠다고 발언, 물의를 빚기까지 했다.
 국민들로써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곳간 실정은 뻔하건만 무엇을 늘리고 확대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말많은 정부라서 그런지 구호와 말만 무성하다. 미래발전전략을 발표할 당시의 절박함은 온 데 간 데 없다.
 그나마 7월에는 미래발전전략을 본격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허나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갈팡질팡하며 턱없이 경제자유구역 지정대상지역을 확대하려던 발상이 사단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노동계는 하투기(夏鬪期)를 맞아 경제자유구역 폐지를 이슈화하고 있다. 정부의 장고(長考)가 이미 암묵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던 사안까지 불협화음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벌써부터 비관섞인 푸념마저 나온다. 미래발전전략이 제 반석 위에 올라설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새 정부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도 높다.
 갑론을박이 한창이나 역시 우리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우리의 경제실상은 흔히 넛크리커(호두까기)에 비유돼 왔다. 그러나 이도 옛말이 될지 모른다.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지도부를 신세대로 교체하면서까지 뜀박질을 하고 있다. 긴장을 풀기라도 하는 날엔 넛크리커가 아니라 위치역전의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중국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하는 두려움의 속뜻도 이를 의미하는 것일 게다.
 이런 차에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국경제의 실상과 현안 정책과제’ 보고서는 또다시 간담을 서늘케 한다. 경제기반이 붕괴단계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 발표 당시 정부관료들이 보여 준 용기와 패기는 다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를 일이다.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혜안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