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강탈과 반환
데스크칼럼-강탈과 반환
  • 승인 200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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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수 문화부장
지난달 중순 이집트 수도 카이로 도심 한복판 타흐리르광장에 있는 이집트박물관에서 열린 한 행사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밀반출된지 150여년만에 회수한 유물 6점의 공개식.
이집트 정부는 이날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돌려받은 파라오 세티1세의 상이 새겨진 채색석회석판, 코브라상 등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들 유물은 지난해 7월 체결된 정부간 반환협정에 따라 제 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 이집트는 오는 10월에도 미국으로부터 람세스1세의 미라를 돌려받을 예정이다.
“유출문화재를 되찾을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행사를 주관한 ‘파루크 호스니’ 문화부 장관의 일갈은 더욱 우리의 가슴을 때린다.
한 나라의 귀중한 문화재가 외국으로 반출되는 경로는 여러 가지다. 전쟁과 식민지배, 기증, 도굴꾼들에 의한 밀반출 등. 가장 대규모적이고 무차별적인 경우는 전쟁과 식민지배를 통한 강탈이다. BC4세기 로마의 집정관 키케로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 같은 문화재 강탈의 역사는 19세기 나폴레옹의 대유럽 침략을 거쳐 ‘문화재의 암흑시대’로 불린 2차 대전때 절정을 이뤘다. 히틀러와 괴링은 ‘엘른자츠타프’(Elnsatzstab)라는 전리품수집 특수부대를 조직, 유럽일대의 문화재를 닥치는대로 약탈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으뜸은 아무래도 영국과 프랑스다. 오랜동안 세계 식민지배시장의 주도권을 양분해온 두 나라의 박물관(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에는 전쟁 또는 식민지배를 통해 세계 각 나라에서 수집(?)한 보물급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이집트박물관보다 더 이집트답다’는 비아냥에서부터 ‘세계 문화재의 장물창고’라는 폄하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외국에 나가있는 우리 문화재는 공식 경로를 거쳐 확인된 것만 대략 7만5천여점. 36년동안 우리를 강점했던 일본이 절반 가량으로 가장 많고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중국, 데마크 등 20개 나라에 흩어져 있다.
교과서를 통해 우리에게 낯익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일본 천리대 중앙도서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파리국립도서관에 있는 등 수 많은 희귀문화재들이 낯선 땅, 낯선 환경속에서 하루 빨리 고향으로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
문화재강탈의 피해자였던 나라들이 독립하거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문화재 반환과 보상에 대한 요구가 지난 세기 후반기부터 활발히 일고 있다. 1860년 영국과 프랑스군에 의해 황제의 여름별궁으로 사용되던 베이징외곽 원명원(圓明園)에서 엄청난 양의 보물을 약탈당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는 중국은 몇 년전 전담부서를 설치, 전 세계로 반출된 1백만여점의 자국 문화재찾기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넉넉해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가기업이 중심이 돼 미국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도 참여, 잃어버렸던 문화재를 하나하나 되찾고 있다.
10년 가까이 싸운 끝에 미국으로부터 귀중한 문화재들을 돌려받은 터키, 파르테논신전 방문객들에게 일일히 유인물을 나눠주며 영국이 약탈해간 문화재반환운동을 적극 펼쳤던 유명영화배우출신 ‘멜리나 메르쿠리’ 그리스 문화부 장관(1994년 타계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
그러나 이러한 눈물겨운 노력에도 실제 반환이 이뤄지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다. 1970년 유네스코에 의해 관련 국제법규가 마련됐음에도 불구, 성사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국가간 알력이 ‘제3차 세계대전’ 또는 ‘문화전쟁’이라고 불리우는 현실은 강탈문화재 반환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것은 차치하고 10년가까이 프랑스에 끌려다니며 강화 외규장각 도서반환문제의 실마리하나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도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하루 빨리 전담 부서를 설치, 국가부터 우선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뒤 전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국가적 치욕이 비록 ‘과거’에 이뤄졌지만 그 것을 치유해야 할 역사적 책임은 ‘오늘의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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