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덤벙 물 덤벙 人生
 룸살롱 지배인이 호스테스에게 늘 강조하기를 손님자리 분위기를 돋우자면 우선 혐오스런 화제부터 걸러내라는 지시는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조심하라는 것인가? 첫 째로 호스테스 관련 화제를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니 동료에 대한 칭찬이나 핀잔은 즐거움 보다 빈축 살 소재라는 것이다.
 둘 째, 정치와 정당 이야기를 피하라 했다. 손님의 지지성향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경계와 대립을 부르기 십상이라는 의미다.
 세 째, 특정종교에 관련 된 화제 또한 금물이다. 각자의 신앙에 적대감을 부를 소지 없지 않기에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 째, 살인 사고 등 끔찍한 사건이 아기자기한 화제일 수 없는 것처럼 한편 가진 자 없는 층을 거론하는 따위는 모처럼의 자리가 썰렁해지기 십상이라는 요지다.
 이에 반해 술좌석에 어울리는 화제란 무엇일까? 예전 요정 내실에는 풍속주간지 한 두 권쯤 굴러다니기 마련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해답은 자명하다 하겠다.
 모름지기 회화의 요체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이전에 상대 입장에서 어떤 점을 삼가야 하는가의 배려 여하에 따라 평안과 부담이 갈린다는 일깨움은 정곡을 찔렀다.
 각설하고 귀한 지면에 느닷없는 술타령인가 싶겠으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어지럽고 답답해 나서는 푸념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서 NEIS 파동이 벌집 쑤시듯 하는 대란정국에 휩쓸리다 보면 짜증을 가라앉히려 술잔 드는 사람이 비일비재 할 것이니 정치에도 중도의 룰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며칠 전 3당대표가 J룸살롱서 호사스런 술 파티를 폈다하여 비난의 소리가 비등했거니와 시각을 달리하면 모처럼 좋은 술자리 폈다고 ‘가상’히 여길 법도 하지 않을까?
 왜냐 하면 서로 헐뜯기 날 가는 줄 모르는 정치 판인지라 그들 변명처럼 “대화의 정치, 타협의 정치, 만남의 정치”의 골을 튼 계기가 된 것이라면 이게 예사로운 회합인가.
 이해집단 반발로 나라의 위상과 경제손실이 말이 아닌데다 계속 보채는 아기 달래고자 젖 주는 꼴로 원칙이 간데 없는 작금에서야. 오죽하면 대통령이 못해 먹겠다 한숨 짓는 판에 3당대표가 나서 난국수습 실마리를 잡았다면 700만원 술값이 대수인가 싶은 냉소심리다.
 그도 저도 일본 요정정치(待合)를 방불케 하는 것은 두고라도 술기운에 어울린 우정은 깨어나면 사라진다 던대... 까닭에 이번 정치원로 회동은 ‘흘러간 옛 노래’로 서로의 처지를 동병상련한 뒤풀이 술 값치고 과했다는 지적은 옳다.
 거듭 서두의 룸살롱 좌우명을 들먹일 것도 없이 술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배려 여하에 따라 약주뿐 아니라 독주가 될 수 있음은 선술집이라 하여 다를 것이 없다.
 사리는 이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술 문화는 이와 역행하는데 우려할 소지가 있다. 직장관계 정치관련의 문제점 등 터부시하는 화제가 거리낌없이 오가는 것이 뭇 사람의 울화를 가늠하기 어렵지 않는 징조다.
 모름지기 부와 권력을 지닌 자의 술자리는 부족함이 없기에 매사 유쾌한 분위기 조성에 걸맞은 덕담으로 보아 넘기겠으나 어찌 이를 모두에게 기댈 수야 있겠는가 함이다. 나라 건 일터이건 간에 비위 거슬린 대상을 ‘안주 화제“ 삼는 그들 약자의 카타르시트 작용에서 지도자는 무엇인가 느끼고 얻음이 있어야 한다.
 다만 세상물정 모르고 술 덤벙 물 덤벙 자신의 언행을 책임질 줄 모르는 위인들은 비록 고급룸살롱에 못 갈망정 그곳 종사자들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만은 음미해서 손해 날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