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은 남성과 구분짓는 여성만의 전유물이다. 그래서 백과사전에서는 ‘여성의 수유기관으로서 외성기의 하나’라고 정의한다.
최근 들어 유방과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美)를 기준으로 보면 여성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유방이고 ‘모성’으로 대변되는 생명의 원초적인 근원이 되는 것이 또한 유방이다.
유방확대 수술 등 미를 중시하는 풍토와 더불어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유방암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유방암은 국내에서 위암, 자궁경부암과 더불어 여성 3대암으로 꼽히고 있다.
과거에는 유방암의 외과적 치료방법으로 근치적 유방절제술, 즉 유방 전체를 들어내 유방을 희생시키는 수술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신체적 기형을 남길 뿐 아니라 여성을 가장 여성답게 만들어 주는 장기 가운데 하나인 유방을 잃는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해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가톨릭대학교 성모자애병원 외과과장 오세정(45) 교수는 “수술에 대한 선입견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진단을 하기도 전에 ‘유방을 잘라내야 하느냐’며 겁부터 먹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유방암은 어느 암보다 치료법이 잘 개발되고 치료 후 성과가 좋은 암”이라며 “유방을 들어내지 않더라고 종양만 제거하는 수술이나 방사선·호르몬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 만큼 일단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83년 가톨릭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뒤 수련과정을 거쳐 91년 외과 전문의를 딴 오 교수는 이 때부터 성모자애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오 교수가 유방암을 전문으로 이름을 높이기까지는 외과만의 독특한 과정이 있었다.
성모자애병원에 처음 부임했을 때 쟁쟁한 선배의사들이 많은데다 여성들이 치료를 기피, 즉 환자가 적어 유방암 분야는 한직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1년 365일 당직을 도맡아 하던 ‘막내 오세정’은 유방암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97∼8년 미국 조지타운의대 연수를 다녀온 오 교수는 ‘유방보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유방암에 걸리면 무조건 유방을 절제하는 것으로 인식돼 치료 자체를 꺼리기 때문.
암, 특히 유방암은 수술후 10여년을 지켜봐야 안정된 수술법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에 오 교수는 주로 해외 주요 병원의 연구성과를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현재는 육안으로 보이는 종양만 절제하는 종양 절제술, 암 멍울(종괴)과 함께 주변의 정상 유방 조직의 일부를 함께 잘라내는 부분적 유방 절제술, 유방의 암 멍울과 동시에 겨드랑이 핌프절도 함께 제거하는 부분적 유방 절제술 및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술 등 유방을 어느 정도 보존하는 방법들이 도입됐다.
그러나 오 교수는 무엇보다 여성 자신의 자가진단과 정기검진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모든 암이 마찬가지지만 초기 진단이 치료성과를 높이고 유방의 보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방에 통증이 있거나 유방에서 이상한 것이 만져지는 경우, 유두분비, 유방의 피부 가운데 일부가 함몰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오 교수는 권한다.
오 교수는 “최근 들어 외과를 지원하는 후배들의 수가 급감해 ‘이러다 외과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하게 된다”며 “수술을 전담하는 외과의의 감소가 국내 의료수준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김칭우기자> chingw@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