科擧제도와 <儒林外史>
 <유림외사(儒林外史)>라는 책이 있다. 청(淸)대 우징즈(吳敬梓)가 지은 피카레스크식 소설이다.
 모두 50회로 돼 있는 이 소설은 각 회마다 독자적인 줄거리를 가지면서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내용이 서로 얽혀 있고 매회 새로운 주인공들이 나타나 색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유림외사>는 당시의 부패한 선비 문화를 풍자하면서 특히 썩어빠진 과거제도를 비판했기 때문에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공부를 하고도 과거에 등과하지 못한 선비들의 원한이 이 책에 무게를 실어주게 됐을 것이다.
 과거제도는 수(隋)대인 서기 605년에 최초로 시행됐다. 과거제도의 실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목적은 인재를 널리 등용하는데 있었다.
 한(漢)대가 망하고 난 뒤 한족과 이민족이 본격적으로 섞이다가 이민족의 피가 흐르는 인물이 드디어 황제에 오르는 시대에 민족 융합을 위해서도 과거제도는 꼭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날 과거제도는 중국인들을 단순한 외우기 선수로 길러 창의성이 결핍되게 만들었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물론 과거제도의 시험 과목 때문에 외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응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널리 알려진 문인 왕웨이(王維), 쑤스(蘇軾), 쓰마광(司馬光)같은 창의적인 급제자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과거는 성적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변질돼 버리고 마침내 <유림외사>속에서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