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연재수필-10□
 유비무환(有備無患)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는 어린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아간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다짐도 수없이 한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수 없이 많은 인재사고가 생겼을 때마다 약속도 하고 다짐도 한다. 그런데 세상엔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하다.
주어진 대로 우리는 세상에 와, 한 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각자의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미리 짜여진 각본과도 같다. 그래 운명이라는 큰 힘에 의해 이끌리는 것은 신앙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그래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때론 운명의 손길이 한 순간에 이승과 저승으로 우리의 길을 갈라놓기도 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미리 재난을 막지 못하고 많은 인명을 비명에 가게 한 대구 중앙역의 참사는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후에도 누구 하나 분명하게 책임지지 않으려고 조작하고 회피하기까지 했다 한다. 그것이 더욱 한심하고 울분을 터뜨리게 한다.
자식의 죽음은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그 만큼 아픔이 크고 평생 지워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가다 병으로 먼저 가도 그 아픔을 가슴에 묻는 것을…. 문이 열리지 않는 객차 안에서 숨막히는 고통을 어머니에게 호소해 온 딸의 애절한 마지막 절규를 들은 어머니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누가 그 어머니의 아픔을 대신 할 수 있으며, 어떤 위로가 그 아픔을 낫게 할 수 있을까.
그 때 그 시각, 그 순간에 그 열차가 그곳에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그 순간 열차의 문이 닫히지만 않았어도, 누군가 신속하게 사고에 대해 알리고 피난의 길을 알려만 주었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맥없이 처절하게 죽어 가지는 않았을 일이다. 그러니 그 유족들이 얼마나 큰 한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것인가. 아마도 유가족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이 일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 일이다.
아버지를 잃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또 다시 어머니를 잃게 돼 천애 고아가 된 것도 모르고 고사리 손을 흔들어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어린애들의 천진한 모습을 보면서 언제인가 그들이 장성하고 철들어 자신의 운명이 인재에 의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분개하고 통탄할 것인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제는 정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겠다. 그리해 밝힐 것은 철저히 밝히고, 처벌해야 할 사람은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무심했던 우리 자신들도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다시금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그렇다. 아무리 강조 해도 좋을 말이겠다. <김선자·수필가, 제물포수필문학회, 인천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