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지막 황조후예인 아이신죠우뤄 위즈워이(42)의 ‘황족작품전’이 9일 개막, 오는 15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아이신죠우뤄는 ‘시작하는 성씨’라는 뜻을 가진 만주어로 청왕조의 창건자인 누루하치의 족성.
위즈워이는 정통 청왕조의 직계로 청선종도광황제계 제5자 순근친황 이종증손녀다. 마지막 황제로 잘 알려진 ‘푸이황제의 5촌 조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 더 이해가 쉽다.
당대 저명화가인 그의 부친 아이신죠우뤄 푸줘도 천진미술학원교수로 활동하며 황족화가의 가풍을 이어가고 있다.
위즈워이는 황족이라는 전통적 문화환경 속에서 부친으로부터 가족 전통회화를 배우며 화력을 쌓아온 몇 안남은 ‘황족화가’.
여기서 사용되는 황족화라는 용어는 아이신죠우뤄 가족의 서화예술을 의미한다.
오랜 역사 속에 발전해 온 중국의 고대회화예술은 명, 청 시대에 이르러 직업화(화공과 궁정화가 포함된 범주)와 문인화의 두 가지 전통을 형성했다.
궁정화가들은 직업화가로 여러 가지 화력과 화풍을 계승하고 있지만 대체로 궁정 수요에 따라 초상화, 산수화, 화조화 등을 제작하는데 치중했다.
이 처럼 황궁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작가의 개성과 주관적인 표현이 떨어져 예술성을 잃게 됐다.
반면 위즈워이의 황족화는 시, 서, 화가 결합된 정신적 수양토대에서 문인들이 가진 독자적인 개성과 정신을 표현하는 일종의 문인화의 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전통 속에서 부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위즈워이는 중국미술계 여성으로는 드물게 대나무와 말을 소재로 한 그림을 통해 남성 화가 못지않은 강인함을 드러낸다.
김일룡 북경중앙미술원 서양화교수는 “전통 예술을 계승하는 엄격함과 완벽함 속에서도 나름의 멋을 통해 필력의 긴장을 풀어가는 여유공간을 드러낸다”고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세밀한 필법으로 표현되는 죽, 화훼, 말은 공백의 여유를 남기며 단순한 화면구성을 한다.
하지만 하나의 객체로 외롭게 등장하는 대상들은 활기 넘치는 그 만의 독특한 필법을 거치면서 왕성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잔잔하면서도 탄력적인 위즈워이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금죽(金竹)과 주죽(朱竹)도 관객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끈다.
어두운 공간에서 빛을 상징하는 금색, 붓을 통해 펼쳐지는 화면은 묵필의 표현과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어둠에 생명을 과시하는 금죽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자신의 무게를 실어간다.
반대로 화려한 금색 바탕에 몇 획의 주사로 화면을 휘어잡는 순간은 권위와 숭고함을 과시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개방과 서양현대미술사조의 충격적인 흐름은 위즈워이에게 있어서도 지나칠 수 없는 과제로 다가갔다.
그는 현대미술의 변화를 보면서 서사적인 설명에서 과학적인 분석으로, 다시 철학적인 개념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자신을 단련해 나갔다.
위즈워이는 이제 자기작품을 ‘어느 파도 아니며, 궁정화도 아닌 황족화파’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회는 일본과 대만에 이어 국내로 들어와 서울 종로구 공간그룹 전시 이후 두 번째 열리는 작품전.
인천시와 주한중국대사관 후원으로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 그의 대표작 50여점을 만날 수 있으며 개관행사는 9일 오후 6시30분 열렸다.
전업화가인 위즈워이는 현재 고도서화, 장백서화사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95년 일본 초청으로 문화교류를 펼친 이후 일본, 대만, 홍콩, 북경TV 등 통해 대대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1986년 홍콩에서 출판된 ‘애친각라가문화집’과 일본에서 발간된 ‘마지막황조 애친각라가문서화집’, ‘중국서화 명작정선’, ‘현대중국서화집’ 등에 수록돼 있다. ☎(011)9995-0969 <정찬흥기자> chjung@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