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을 뛰어넘은 ‘한-일’간 3년여 우정(友情)의 사연이 일본내 유학생 소식지에 실려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내용을 처음으로 소개한 글은 ‘한일우정의 숨은 징검돌’이라는 제목의 본보 2002년 8월16일자 김경룡 칼럼.
평범한 노년의 가정주부이자 번역가인 일본인 다케다 가즈코씨와 심영섭 충남도민회 명예회장과의 3년간 우정을 담고 있다.
이 글은 5개월여 뒤 일본열도로 날아가 일본에서 유학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발간되는 월간 ‘아시아의 벗’ 4월호에 게재됐다.
책 서문으로 쓰인 이 글은 두 사람이 3년전 인천 자유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연에서부터 시작된다.
부친의 가업 탓에 유년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던 가즈코씨.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 지난 89년 옛 집을 찾아 46년만에 한국을 첫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인 유학생으로부터 유관순 열사의 전기를 건네받았다.
때마침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그는 충격적인 내용을 접하곤 소명의식에 휩싸여 번역일에 매달렸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손수 워드프로세서 작업을 익혔고 힘겨운 발길을 옮겨 양국을 오가며 자료수집에 몰두했다.
이때 인천 자유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바로 충남사람 심영섭씨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이 충남이라는 점 때문에 두 사람사이의 말문이 쉽게 틔였다.
가즈코씨가 일본으로 돌아간 이후로도 줄곧 서신을 주고 받았고 심씨는 그의 번역작업을 돕는데 힘을 아끼지 않았다.
밤잠을 마다하고 번역에 매달린 가즈코씨는 마침내 전업작가 못지 않은 솜씨로 전기집을 출간, 이 책을 심씨에게 증정할 수 있었다.
가즈코씨는 지난 4월13일 심씨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 동안의 조력과 김경룡 칼럼에 실린 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어린 감사를 보냈다.
그는 이어 대구지하철사고 희생자와 이라크 전쟁 이후의 북한문제 등 국내 현안에 대한 관심과 우려로 편지말미를 가득 채웠다.
김경룡 칼럼은 두 사람의 이런 마음 씀씀이에 대해 “한일우정의 가교가 될 미덥고 튼튼한 징검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즈코씨는 현재 한 단체의 부탁으로 유학생 홈스테이(하숙을 통한 국제이해증진)를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곳에는 한국유학생을 비롯해 태국, 대만, 중국학생들이 여럿 머물고 있다. <정찬흥기자> chjung@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