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잠시드 왕때 아랍의 잣하크왕에게 점령 당했다. 잣하크는 양 어깨에 키우는 뱀을 위해 사람들을 죽이는 잔인한 왕이었다. 도망가던 잠시드 왕도 붙들어 톱으로 살해했다. 왕이 사랑하던 예쁜 공주 자매는 뱀을 돌보는 일을 강요 당했다.
 공주들은 매일 두사람을 죽여 그들의 뇌수를 뱀에게 먹여야 했다. 그녀들은 고심했다. 결국 두명중 한사람은 죽이지 않고 양의 뇌로 대신하는 계략을 꾸몄다. 그리하여 한달에 30명의 남자들이 죽음에서 구출되어 몰래 산으로 피신했다. 그들은 마을에서의 습관 대로 산양을 키우며 살았는데 오늘날의 쿠르드족이 바로 이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대목이다.
 ‘중동의 집시’ 쿠르드족은 단일민족국가로의 건설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나라가 없는 세계최대의 유랑민족이다. 4천년의 역사와 인구 2천5백만명에다 고유언어도 가지고 있다. 터키의 동부를 비롯 이란 이라크등에 흩어져 살고있는 이들은 독립을 위해 부단한 투쟁을 전개했었다. 그러나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배신만 줄곧 받아왔다. 그래서 ‘산외에는 친구가 없는 민족’이라는 스스로의 속담을 가지고 있다.
 쿠르드의 비운은 1639년 오스만과 이란의 협정으로 쿠르드 지역이 양국의 영향권으로 적절히 분할됨으로서 시작되었다. 1차대전후인 1918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고무되었으나 영국이 쿠르드족의 영토이자 석유 보고인 키르쿠크와 모술 등지를 이라크에 편입시켰다. 이라크가 연합국을 지원한 대가였다. 2차대전후인 1946년에는 쿠르드 공화국이 성립되었으나 독립을 지원한 소련이 이란에게서 석유 이권을 얻는 대가로 배신했다. 미국도 60∼70년대 친소적인 이라크를 견제하느라 쿠르드를 지원했으나 76년 긴장이 해소되자 지원을 중단했다. 91년의 걸프전 때도 은근히 그들을 부추겼었다.
 쿠르드족 민병대가 이라크 북부의 키르쿠크와 모술을 점령하면서 다시 독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야 말로 그들의 비원이 실현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