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칼럼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박은희
 이라크 전장의 참혹한 뉴스가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고 계속된 무역적자로 나라살림이 걱정되기도 하는 이즈음 초목들이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리며 우리에게 다가오듯이, 공연예술계는 ‘난타 수출’ 소식을 전해 오고 있다. ‘난타’는 몇 년 전에 세계적인 예술축제인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공연예술의 세계무대진출선두를 달리게 된 것인데 시국이 뒤숭숭한 중에 ‘중국’과 뉴욕 ‘브로드웨이’로 확대 수출하게 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난타’의 세계진출은 우연히 이뤄진 것은 절대 아니며 앞서가는 안목과 감각이 있는 한 제작자의 치밀한 계획과 주변의 협조에 의해 이루어 진 것이다. ‘난타’의 제작자인 S씨의 말에 의하면 우선 ‘난타’가 세계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에딘버러 축제’를 교두보로 삼았고,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는 능력있는 기획자를 선정하여 ‘난타’의 에딘버러 공연기획을 의뢰하였다. 그 ‘브로드웨이’ 기획자는 이 일을 수락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걸었는데 1,축제참가 전에 약 15일간 뉴욕에서 리허설을 할 것 2, 작품의 시대감각을 개선하기 위해 뉴욕연출가의 작품손질(?)을 받을 것 3. 에딘버러 프레스를 뉴욕으로 초청하여 리허설을 공개하고 공연 전에 에딘버러 현지에 기사를 터트릴 것 4. 공연장은 4주 이상 대관할 것 등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난타’의 에딘버러축제 참가비용은 3억6천 만원이었다. 4주간의 짧지 않은 공연은 전 세계에서 몰려 온 공연기획자, 제작자 등 전문가들의 공연관람을 유도하기에 필요한 기간이었으며 그 결과 4주간의 첫 공연에서 수출계약이 이뤄지고 투자 한 3억6천 만원을 모두 뽑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오늘날까지 ‘난타 수출’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이같은 ‘난타’관련 내용들은, 올해 프랑스의 아비뇽축제와 영국의 에딘버러축제의 중요한 공연장으로부터 연출작품을 초청받았지만 1억5천만원의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세계무대진출의 꿈을 접으며 불과 3개월 전에 필자가 겪어야 했던 일들과는 천지차이가 있다. 먼저 ‘인천’의 이름으로 세계무대에 나가고자 한 필자의 의도는 여러 가지로 무리였다. 특히 S씨와 같은 제작자가 없이 관 단체에 속해 있으면서 예산 확보 시기를 맞추지 못했다거나 일의 순서 상 담당자와 상의하지 않고 현지 기획자에게 작품데모테입을 보내 초청받게 된 것 등의 이유들은 확실한 자랑거리를 비난거리로 전락하게 했다. 수백 편의 참가신청 작품 중에 선정되었다는 희소식을 ‘인천’이 아니고 원래 공연을 했던 ‘서울’에서 듣게 되었다면 작품제작에 참가했던 모두가 모여 축배를 들며 서로 축하할 일이었지만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으며 현지 공연장에 답변해야 할 시기를 넘기게 되어 축제참가는 접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신문보도를 보고 전화로, e-메일로, 혹은 직접 찾아와 격려해 주신 많은 시민들과의 에피소드들은 오래도록 필자의 가슴에 남아 어려울 때마다 위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필리핀의 작품과 필자의 작품으로 ‘아시아의 밤’을 기획했던 아비뇽의 바르브시아 발콩극장장이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파리의 기획자를 통해 보내 온 ‘내년을 위해 올해 아비뇽을 방문해 달라’는 메시지도 필자에게는 ‘난타 수출’ 소식만큼이나 반가운 희소식이다. 이미 겪은 시행착오들이 단단한 발판이 되어 조금이나마 발전하는 고향 인천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