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으면서 얼음 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너도바람꽃’.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계곡에서만 피는 ‘얼러지’ ‘복수초’ ‘은연화’ ‘노루기’….
 이 귀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의 식욕을 돋구는 봄나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야생화는 대부분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반그늘, 반습지 등에 많이 분포하고 있지요.”  강춘기씨(68·인천시 남구 주안7동)에 따르면 우리 산과 들판에 피어나는 야생화는 놀랍게도 모두 ‘식용’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칡에서도 꽃이 피어나며 향기가 20∼30m까지 만발한다.
 강씨는 주말이면 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강원도, 경기도 등에 있는 야생화 군락지를 찾아 떠난다. 그가 8년 전부터 우리 산과 들의 야생화를 렌즈에 담은 이유는 남획 등으로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다 마구 옮겨 심어서 말라 죽는 경우도 있구요. 몽땅 캐다가 텃밭에 심어 먹는 사람들도 있어요.”
 처음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하던 그는 산 속에서 우연히 예쁜 꽃들을 발견했고 점차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함부로 훼손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이러다간 씨가 마르겠다’ 생각해 야생화와의 사랑을 시작한 강씨는 55mm, 105mm렌즈에 ‘애인’의 모습을 담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꽃이 피어나는 시기를 맞추는 것이었다. “막상 현장에 갔는데 날이 안좋아 꽃이 안 피었으면 그냥 돌아오는 수밖에 없지요.”
 야생화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 피기 때문에 덫 등에 걸릴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개화시기를 포착하기 위해 흙벼랑에 매달려 세 네 시간씩 있으면 온 몸에 경련이 일기도 했다.
 그렇게 8년여, 700여종의 나물꽃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는 이 가운데 100여종을 추려 곧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