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때 담임이셨던 심재학 선생님은 물리학자이며 화학자인 ‘아보가드로’라는 별칭을 갖고 계셨다. 그 별칭은 2학년 화학교과서에 실린 과학자 아보가드로의 사진 모습이 선생님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보가드로의 얼굴사진이 매우 마른 형이었고 인상이 다분히 철학적이어서 선생님과 이미지가 비슷했기 때문에 우리들이 지어드린 별칭이었다. 사실 선생님은 매우 왜소한 체격이셨으며 풍기는 인상 못지않게 철학적인 인품을 지니고 계셨던 분이셨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방학 계획서를 제출하라던 선생님께서는 계획서를 제출한 학생들 중 특이한 계획을 세운 몇몇 학생들을 불러 일으켜 다른 학생들에게 발표하도록 하셨다. 그런데 그 학생들의 계획은 다른 학생들과 아주 다른 내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인문계 고교생인 우리들은 여름방학을 알차게 입시공부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서를 대부분 제출했던 반면, 선생님께서 호명한 친구들은 무전여행을 하겠다는 등 자기만의 독특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영어과목을 담당하신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학기간 동안 제자들이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그 부족한 것을 채우는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방학식을 마치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은 그때부터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것이었다.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편애하는 학생이 있을 것인데 선생님께서도 편애(?)하던 제자가 있었다. 한겨례신문사의 한겨례인터넷 사업본부장인 이상훈군은 선생님께서 편애하던 꼬봉(?)이었다. 선생님께서 상훈군을 편애하였던 것은 멀리 충북 제천에서 유학 온 어린학생을 마음으로 돌보고 계셨던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제 우리들이 그 분의 나이가 되어 우리의 눈에 선생님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는 것은 선생님께서 우리들을 가르치시면서 강조했던 교훈이 가슴에 새겨져 있기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상문 사단법인 해반문화사랑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