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날리는 계절이다.
 ‘알록달록’ 색동옷을 차려입은 오색의 방패연과 긴꼬리를 끌고 자맥질하는 가오리연이 아이들 손끝에 매달려 하늘을 가로지른다. 푸른하늘 저 끝으로 아득히 멀어지는 한점 방패연을 보노라면 한 순간 어릴적 아련한 꿈속으로 되돌아가는 착각에 빠지게된다.
 연날리기는 정월 대보름 며칠전에 큰 성황을 이룬다. 대보름이 되면 ‘액(厄)연(鳶) 띄운다’고 해서 연에다 ‘액(厄)’자 하나를 쓰기도 하고 ‘송액(送厄)’,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을 써서 멀리 날려보낸다.
 한국 연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1천300여년 전인 신라 진덕여왕(서기647년) 때 김유신 장군이 사용했다는 ‘삼국사기열전’의 기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조에는 세종대왕 때 남이장군이 강화도에 연을 즐겨 날렸다는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섬과 육지를 연락하는 통신수단과 작전지시의 방편으로 사용한 것은 널리 알진 사실이다.
 연이야 바람부는 날이면 언제든 날릴수 있지만 우리 본래의 풍속으로는 대보름이 지나면 날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설날 전후 정월 보름 때를 연날리기 제철이라고 한다.
 요즘 인천 영종도에 가면 연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항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을 모아 연만들기와 날리기를 가르치는 조병직(70) 할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연을 띄운다. 방문을 꼭 닫아 걸고 컴퓨터 게임에 매달려 있음직한 아이들이 매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연을 띄우는 모습은 보는 이를 흐믓하게 한다.
 조 할아버지의 연 수업은 ‘방패연 만들기’로 시작된다.
 먼저 연의 크기를 정한 뒤 한지의 규격을 4:6 비율로 재단해 자른다.
 이어 장살(대각선살), 중살, 허리살 붙이는 곳을 표시하고 방구멍(가운데 둥그런 구멍)을 오려낸 후 살붙이기에 들어간다. 이 때 유의할 것은 반드시 대나무에만 풀(본드)칠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허리살을 붙이기 직전 장살 귀부분을 잡고 힘을 가해 연 가운데가 2-3㎝ 가량 볼록하게 튀어나오게 하고 허리살을 붙이면 연이 완성된다.
 연을 날릴 때는 연과 날리는 사람의 앞가슴이 45도 각도로 맞보고 있어야 한다. 연실은 직선에 가깝도록 팽팽해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연 날리는 기술을 얼레질이라고 한다. 실을 감고 푸는 기술을 통해 곡예를 부리고 연싸움을 하기도 한다.
 할아버지, 엄마와 함께 한복을 차려입고 연을 날리는 김병일(공항초교 4년)군은 “직접 만든 연이 높이 잘 나는 것을 보면 너무 기분좋다”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인천공항에서 세무사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이 곳으로 이사왔다는 김군의 어머니 최문희(37) 씨는 ‘그냥 밖에 내보내면 PC방으로만 달려가는 아이들에게 연날리기를 배우게 한 게 참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는 월미공원에서도 연 날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희망자는 월미공원사업소에서 운영하는 연 만들기·날리기 무료강습에도 참여할 수 있다.<정찬흥기자>chjung@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