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사회적 관심을 갖자
 
 해가 떨어져 다들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이다. 갑자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2∼3명 정도가 급박하게 파출소로 들어와 도움을 청한다. 초등학교 선배 언니, 오빠가 자신의 친구들을 때리고 돈, 신발 등을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재빨리 112순찰차를 보내 현장에서 아이들을 데려왔다.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남녀 학생들에게 빼앗은 돈과 신발 등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사과하게 한 후 소지품을 검사해 보니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소주와 과자 한 봉지가 나왔다. 부모님께 연락하겠다고 하니 학생들은 전혀 겁내지 않는다. 남학생 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부모님은 이혼하고, 할아버지가 키우는데 할아버지께서 더 큰소리로 화를 내신다. 가출한 지 한달이 넘었는데 집에 들어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는 것이다. 여학생네 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통 전화를 받지 않는다. 여학생 말로는 부모님 두분 다 10시 넘어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집에 아무도 없단다. 눈물이 고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무엇이 저 어린 소년들을 소주병을 들고 밤거리를 헤매며 골목길에서 절도짓을 하도록 내몰았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 어린 소년들의 범죄는 증가추세와 더불어 성인범죄 뺨칠 정도로 대담해지고 있다. 한해 청소년범죄는 14만건에 이르고, 그 중 6천건 정도는 12, 13세 어린이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고 한다. 어린 소년들이 절단기와 망치를 들고 다니며 사무실 등을 털고 성폭행 같은 범죄도 이들에겐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만 14세 미만은 법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경찰이 범죄소년을 붙잡아도 일단 조사한 뒤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형법은 14세 미만 청소년 중 12, 13세 소년들을 따로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회단체 등에서 보호관찰을 받거나 죄질이 나쁘면 소년원에 보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보호관찰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소년원에 보낸다 해도 오히려 범죄수법을 ‘학습’하고 나오는 부작용이 있다.
 영국의 부모가 문제아동과 함께 예절과 준법정신 등을 교육받는 ‘주말 출두소(Attendance Center)’, 미국의 비행청소년들을 상대로 기초과정을 교육한 뒤 정규학교로 돌아가게 하는 ‘버몬트주일학교(Vermont Weeks School)’ 같은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보호와 선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은 선진국의 비행청소년에 대한 지역사회의 전문적인 교화기반의 대표적인 예이다. 인터넷이나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청소년의 정신연령은 높아지고, 가정해체에 따라 소외된 어린이들은 증가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교화시스템의 미비로 소년범죄 재범률은 37%에 육박하고 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문제아이는 가정교육의 잘못으로 생기는 거야.” 그러나, 이제는 청소년범죄를 단지 가정교육의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 없다. 전근대적인 가족체제의 붕괴, 현대의 맞벌이 부부 증가추세, 빈부격차의 심화 등은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욱 더 요구한다. 이에 청소년범죄에 대한 교화시설 및 예방제도를 체계적으로 확립해가는 사회환경의 조성이 시급한 때이다.
 <오주현·인천동부경찰서 화평파출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