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장화리 장곶돈대 등 3곳
 지난 26일 오후5시10분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 113번지 ‘장곶돈대’.
 강화도 해안방위를 위해 조선숙종 5년(1679년)에 축조한 군사시설이었던 ‘장곶돈대’에 올라섰다. 겨울 칼바람이 얼굴을 에울 듯이 덤벼들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서해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주위는 시나브로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서해 쪽은 그렇지 않았다.
 둥글고 거대한 밝은 진주홍빛 불덩이가 이글거리며 바다 위에 얹힌 구름을 지나 바다속으로 빠져들면서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일몰’이었다. ‘일몰’은 잘 익은 홍시처럼 소박하고 정겹게도 보였다.
 바다와 구름은 파랑 회색, 두개의 띠를 이루고 있었다.
 ‘일몰’은 회색빛 구름을 새악시 볼마냥 붉게 물들여 노을을 빚어냈다. 세루라인 블루였던 바다는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이내 붉은 물결로 찰랑거렸다.
 장화리의 둥근 불덩이는 10여분만에 ‘쏘 옥’ 하고 심해로 사라져 버렸지만 짧은 시간, 한해를 압축할 만큼의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해돋이가 ‘동해’라면 해넘이는 ‘서해’이다.
 서해를 끼고 있는 서해안은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꽤 많은 편이다.
 강화도 장화리를 비롯해 인천 근교에도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 몇군데 있다. 영흥도,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제부도 등이 요즘 대표적인 낙조감상 코스로 손꼽히는데 낙조는 물론, 드라이브 코스와 그밖에 볼거리도 많아 하루 날을 잡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에 나서는 것도 괜찮은 곳이다.
 마니산 서쪽 해안에 위치한 화도면 장화리는 강화도 ‘낙조1번지’로 손꼽힐 만큼 풍광이 환상적이다. 광활한 갯벌과 바다 한 가운데로 빠져드는 해를 보면 한폭의 그림을 접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강화도로 해안도로를 타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동막, 여차리를 지나 장화리에 닿을 수 있다.
 장화리까지 가는 동안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그 위에 드문드문 정박한 고깃배들, 을씨년스런 날개짓을 하는 철새들도 만날 수 있다.
 강화갯벌은 저어새, 도요새, 백로, 노랑부리와 민챙이, 망게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때문에 살아있는 생물도감으로 불리며 장화리, 여차리 지역과 석모도, 불음도, 주문도 등 갯벌 1억3천6백만평이 국가 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등재됐다.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제부도 역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섬이다. 특히 제부도 서해안은 여늬 섬과는 달리 좌우 2Km가 넘는 긴 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이곳에서 서해 쪽을 바라보면 시원한 파노라마가 펼쳐져 있으며 제부도 해수욕장 중간지점이 낙조감상 포인트이다.
 제부도 바닷길은 주변보다 높은 지대를 형성하는 지형구조를 갖는다. 서해안 조석간만의 차이에 따라 하루 두번씩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는 신비의 바닷길로도 유명하다.
 영흥도는 장경리 ‘통일사’ 뒤 인도가 낙조 포인트이다.
 영흥도 장경리 해변은 왕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독특한 곳으로 야간에는 수평선 너머 보이는 인천의 불빛과 어우러진 외항선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 된다.
 해수욕장 후면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군락을 이뤄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발 128m의 국사봉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볼 만하다.
 요즘같은 겨울철에 낙조를 감상하려면 오후5시 이전에는 도착해야 한다.<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