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오랜만에 떴다.
 ‘인천 여인숙에 불, 6명 사망’ 제하의 기사가 지난 일요일 저녁 방송뉴스와 월요일 조간신문의 톱을 장식한 것이다. 뉴스는 전국으로 퍼졌고 인천은 다시 유명해졌다.
 서울의 한 친구는 동창회 일로 전화를 걸어오면서 “인천엔 성냥공장이 많아서 그러냐, 왜 그렇게 불이 잘 나느냐”로 말문을 텄다.
 그랬다. 불과 3년전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를 통해 인천의 청소년 57명이 숨졌고 81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전국의 이목은 인천에 집중됐고 인천의 이미지는 참혹함으로 부각됐다.
 화재의 원인이나 결과에 대한 처리과정은 그렇고 그런 수순대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불이 나면 어처구니없이 사람이 죽는 인천, 그런 사실을 기억하는 인천 안의 사람이나 인천 밖의 사람들에게 인천은 지금 어떤 이미지로 남아 있을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지난 10여년간 인천은 어떤 도시였나. 공무원은 세금을 도둑질하고 불 한번 나면 수십명의 청소년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비리와 사건의 도시, 환경오염과 공해, 쓰레기 매립지에 지옥철로 대변되는 수도권의 대표적 슬럼의 이미지가 혹시 인천을 특징짓는 키워드가 아닐까.
 아시안게임과 국제영화제로 기억되는 부산, 비엔날레로 대표되는 빛고을 광주, 대덕연구단지와 엑스포의 도시 대전…. 비슷한 광역도시인 인천을 사람들은 과연 어떤 도시로 기억하는지. 국제공항과 국제항, 송도신도시와 경제특구, 보랏빛 미래로 포장된 인천을 왜 이렇게 몰라주느냐고 항변하면 사람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인천을 잘 몰랐다고 시인할 것인가.
 기업들이 상품을 팔기 위해 이미지에 목숨을 걸은 건 이미 오래 전부터다. 이른바 브랜드 파워는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요소라는 인식에서다. 그것이 기업 이미지든, 국가 이미지든, 혹은 개인의 이미지든. 거액의 광고비는 바로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 창출을 위해 소비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패션명품들, 독일의 공구, 체코제 권총, 스위스의 시계, 중국의 음식, 뉴질랜드의 환경, 네덜란드의 물류 등에 대한 국가 이미지는 수십, 수백년간 쌓아온 그들 노력의 결정(結晶)이다.
 긍정적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다. 우린 오늘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인천의 브랜드 파워는 어디에 있는가. 그가 과거 인천 출신이든, 혹은 현재 인천에 사는 사람이든 인천이라는 꼬리표를 과연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는지. 인천 출신의 젊은이들이 외지 사람들과 혼담이 오갈 때 혹여 인천 출신이라고 비아냥거림을 당하지는 않는지. 인천 밖의 사람들이 인천을 한번쯤 가봤으면 하는 도시로 생각하는지. 외국 기업들이 인천을 진정 투자할 만한 매력있는 도시라고 생각하는지.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면 상품이 팔리지 않게 되고 결국 그 기업은 망한다. 이미지가 생존의 기본 토대가 되는 간단한 이유다. 도시의 이미지가 추락하면 사람들이 외면하게 되고 결국 그 도시가 망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면 정말 과장일까.
 이제 인천은 비리와 오염과 전근대적인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곳으로 더 이상 손꼽혀선 안된다. 밝고 맑고 쾌적하고, 멋진 이벤트가 벌어져 늘 살 만한 도시가 돼야 한다. 이런 일들의 목적은 단순히 지금보다 더 잘 살자는데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어야 한다. 인천을 살 만한 도시로 만드는 일은 달아나 봤자 인천 사람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외길 선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