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의 고향이야기 (오진희 글. 신영식 그림. 파랑새 어린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도착하는 매월 첫 주! 나와 초등학교 일 학년 큰아이는 기다림과 설레임으로 시작된다. 아이가 처음 펴드는 곳은 예외 없이 짱뚱이의 고향이야기.. 반듯반듯한 콘크리트 속에서 친구보다는 TV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많고, 땅따먹기, 공기놀이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아이도 책을 펼치면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향의 따스함과 자연의 냄새가 좋은가보다.
 짱뚱이의 고향 마을에는 이젠 어른이 되어 하루가 너무나 분주해서 형편없이 말라버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그대로 살아있다. 애써 떠올리려 눈을 감지 않아도 그곳엔 잊고 지냈던, 그래서 ‘그립다’란 생각조차 없었던 나의 따뜻했던 고향이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시절 그 모습으로 그곳에 있다.
 한겨울 긴긴밤 엄마 몰래 깍아 먹던 설 얼은 고구마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도 지루한 줄 몰랐던 할머니의 옛이야기. 거북이 등처럼 손등이 갈라져도 즐겁기만 했던 비료 푸대 썰매타기, 봄이면 냉이며 씀바귀를 찾아 들판을 다니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삐비를 까서 잘근잘근 껌이 될 때까지 씹기도 하고, 아카시아 꽃을 고추장에 비벼 먹고, 또 꽃줄기로 예쁘게 파마도 하고. 여름밤 모기와 싸우면서도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노천 극장에 모여 앉아 반공영화를 보며 국군 아저씨가 승리하면 박수를 치며 만세를 외쳤던 기억이며,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이 터지게 응원하고 마지막엔 동네별 이어달리기로 어른 잔치가 되어버렸던 가을 운동회까지...
 가난했고 먹거리조차 귀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모자람 없는 세대로 태어나 가난한 것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서있지 않다는 물질 문명 속에 살아가는 아이에게 서로를 위하는 넉넉한 마음이 있고 자연과 어울려, 자연과 더불어 함께 뒹굴며 자라던 내 고향, 내 어린 시절의 모습들을 짱뚱이의 고향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고,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흥미로운 아이는 어느새 책을 펼치면 확--전해지는 고향 냄새, 고향 풍경, 고향의 인심에 삭막한 도시로부터 느끼던 답답함을 별 낫설음 없이 벗어 던지고, 자기 것만 고집하고 자신만을 위하던 생각들이 자신보다는 이웃과 가족과 동생을 위한 마음이 아름다운 짱뚱이의 소박하고 진솔한 마음에 동화되어 만약에 마술 목거리가 생긴다면 짱뚱이 동생 진욱이의 불편한 다리를 고쳐주고 싶다고 이야기 할 줄 아는 순박한 시골 아이가 되어버린 아이와 나는 이미 한 고향을 가진 친구가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젠 책으로 묶어져 나온 짱뚱이의 고향이야기를 아이와 서로 먼저 보려고 다투다 가만히 일상을 놓고 눈을 감는다...어릴 적 뛰어 놀던 시골집과 햇빛 뜨겁던 한낮 대청마루에서의 달콤하고도 한가했던 낮잠까지도 사무치게 그립고, 앞으로 더 많은 추억을 쌓아야할 아이에게도 건강한 자연과 정답고 풋풋한 고향의 추억을 주어야 할텐데 너무 많이 예전의 모습을 잃고 살아감이 가슴 아프다.
사) 어린이 도서연구회 부평 동화읽는 어른 모임 김 미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