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관련 법·제도 대폭 개선
재난 발생시 실시간 통신망 구축
이태원·오송 참사 당시 무용지물

기초단체별 상황 판단·대처 필요
교육·훈련 참여 등 시민 의식 중요
▲ 진도 팽목항에 노란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 /전남 진도·목포=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정부는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대적으로 재난 대응 체계를 손질했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재난 안전 기능을 통합하고 안전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안전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개편했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국민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세월호와 같은 대형 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 관련기사 : 국민 10명 중 6명 “우리 사회, 세월호 같은 대형 재난에 안전치 않다”

그동안 세월호가 바꾼 것은 무엇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1조5000억원 재난통신망 '먹통'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구조 작업에 실패한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장관급 부처인 국민안전처를 설치해 재난 상황을 총괄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 역량이 미흡했던 국민안전처는 2년 8개월 만에 행정안전부의 차관급 재난안전관리본부로 격하됐고, 해경청은 해양수산부 산하 독립 외청으로 부활했다.

해양 안전과 관련된 법·제도도 크게 개선됐다.

여객·화물 겸용 여객선 선령 기준을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강화했으며, 선박 개조도 복원성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만 허용하도록 했다.

300t 이상 연안 여객선을 대상으로 블랙박스 구실을 하는 선박항해기록장치(VDR)의 설치를 의무화했고, 여객선 사업자의 안전 규정 위반에 대한 과징금도 최대 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특히 정부는 세월호 승객 구조 당시 구조단과 해경 상황실 사이에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구조 지휘가 부실했던 것으로 보고 1조5000억원을 들여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했다.

재난 발생 시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총 335개 기관이 단말기 버튼만 누르면 실시간으로 재난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하지만 2022년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와 지난해 14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대형 재난 현장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은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했다.

 

▲안전 문화 확산·의식 개선 필요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여전히 대형 재난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 역량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재난이 발생하면 30분 이내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며 “재난 발생 시 기초단체장 등 현장 지휘관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게 전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구청장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선 각 기초단체장이 재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 이사장은 시민들 안전의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난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민들 역할도 중요하다. 광주시의 경우 민간·공공단체로 구성된 '범시민재난안전추진단'을 만들어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문화 운동이 확산해야 시민들 안전의식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선박 안전 규정이 강화되고 훈련이 실습 위주로 전환되는 등 제도적으로 개선된 부분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나니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무감각해져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기존 안전 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고민해야 하고, 시민들도 안전의식을 올리는 데 관심을 갖고 안전 교육·훈련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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