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촬영금지’ 등의 푯말을 통해 그동안 미술관에서 느꼈던 권위적인 분위기를 단칼에 쓸어내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관객들이 손을 대야 예술작품이 완성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온 인천대 출신 조각가 김창기의 여섯번째 개인전이 바로 그것.
 ‘김창기-참여하는 조각, 움직이는 빨강/검정’이란 이름의 기획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남구 관교동 신세계갤러리에서 10일부터 19일까지 계속된다.
 그동안 생명 없이 한자리에 서 있는 조각품만 접해오던 사람들에게 김 작가의 작품은 색다를 수 밖에 없다.
 가장 관중을 사로잡을 작품은 ‘움직이는 빨간 구’. 140×140×140㎝의 합성수지에 도색을 한 빨간 구는 말 그대로 동그란 구(球)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가는 구의 바닥에 6m의 레일(Rail)을 설치, 관객의 미는 힘이 다한 지점에서 완성된 조작품으로 정지한 구를 관찰하게 한다. 그 순간의 구는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재창조한 원형이라는 게 김 작가의 생각.
 “마음껏 굴러다니는 구를 설치하고 싶지만 주변 사정이 용납하지 않아 레일을 설치했다”는 김 작가는 “레일은 결국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말한다
 벽에 설치한 조각품인 ‘움직이는 빨강/검정’(35.5×35.5×15㎝. 15ea·합성수지)은 여러 작품이 연결돼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 작가는 “작품을 시작할 때 어떤 모양으로 무슨 색을 넣어야 관객들이 만지고 싶은 충동을 느낄지 고민한다”며 “이번 출품작도 관객이 서슴없이 만질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20여점 모두가 이처럼 관객들이 참여하는 조각이며 ‘빨강’과 ‘검정’은 색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작가 원웅은 “김창기의 붉은 구(球)는 창작이라기 보다 많은 양의 노동의 결정체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구는 공장에 주문하면 얼마든지 완벽한 형태로 맞추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만들기 위해 점토로 모형을 만들고 석고로 틀을 만들어 합성수지로 제 모양을 만드는 고되고 긴 시간의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어떠한 것을 조각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조각의 영역이 확장돼가는 추세에서 김작가가 어떤 고집스런 목소리를 내려 하는지 알것 같다”고 지적한다.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아카데미에서 92년부터 98년까지 공부한 김 작가는 이전까진 대리석 작업을 주로 해왔다. ☎(032)430-1157
 <김기준기자> gjkim@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