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 정권 심판” vs 원희룡 “2년 간 뭘 했나””

사전 녹화 때 토론회 공개 방식 놓고 싸우더니, 마치고도 법적 다툼 예고
▲ 인천 계양구 을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가 지난 1일 토론회 후 2일 오후 9시 녹화 중계된 첫 방송 토론회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사진제공=OBS 화면 갈무리

4·10 총선에서 ‘명룡대전’ 수식어가 생겼을 정도로 최대 관심 지역인 인천 계양구 을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가 토론회 추진 과정부터 삐걱대더니 마치고 나서도 법적 다툼을 예고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치받는 모습이다.

이 후보와 원 후보는 2일 저녁 공개된 OBS경인TV 방송토론에서 ‘정권심판론’과 ‘지역일꾼론’으로 맞붙었다.

시작연설에서 이 후보는 “윤석열 정권 2년 동안 정말 대한민국은 많이 변했고 모든 상황이 악화됐다. 이제 심판해야 한다”며 “4월10일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과 국민에 반(反)하는 세력 간 경쟁”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원 후보는 “몇 달 동안 두 발로 계양 전역을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주민들께서 한결같이 25년간 계양 정치인이 도대체 한 게 뭐냐고 말씀하신다”며 “원희룡은 일하러 왔다”고 강조했다.

지역 공약을 놓고 날 선 토론도 있었다.

국토교통부 장관 출신인 원희룡 후보는 교통난 해소 방안을 두고 공세를 폈다.

그는 “(계양테크노밸리) 지하철 연장, GTX 노선 등을 얘기했는데 지난 2년 동안 이와 관련해 기관 협의나 추진 사항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GTX 노선이나 광역철도망에 대해서는 (국토부) 차관하고 한번 유동수(계양구 갑) 의원하고 만나서 협의했던 기억이 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여러 번 만났다”고 하자 원 후보는 “2년 내내 이 모든 것들이 국토부 장관의 업무였는데 3기 신도시나 철도에 대해서는 보고받고 협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가 “국장인지 차관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거는 교통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 그리고 국토부 관계자를 만나서 협의하고 논의한 건 맞다”고 응수하자, 원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허위사실 공표로 여러 번 이미 기소되셨는데”라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원 후보의 재정비촉진지구 국비 지원과 2025년까지 지하철 9호선 연장하는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전형적인 사탕발림”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구마다 1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건데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전국에 수백 군데가 있는데 1000억씩 주면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냐”고 물었다.

원 후보는 “전국에 있는 재개발·재건축과 혼동을 하는 것 같다. 재정비촉진지구는 50만평 이상의 지구를 한꺼번에 지정하는 것”이라며 “여기는 통합 재개발이기 때문에 현행법이 있어 국토부 공문을 주고 주민들에게 제시를 이미 해서 진행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어 “2025년까지 지하철 9호선 착공할 수 있다고 계속 주장하시는데 법률 절차 등 행정 절차를 거치는 데도 내년까지는 불가능하다"며 "그 점은 계양구민들께서 나중에라도 한번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토론은 전날(1일) 사전녹화로 이뤄졌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두 후보는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원 후보 측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당초 TV토론회 내용이 취재진에 공개될 예정이었는데 토론회 시작 1시간 전 비공개로 바뀌었고 보도유예(엠바고) 방침도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파악한 결과 이 후보 측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었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원 후보 측은 토론회 녹취록과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 후보 측은 “비공개로 전환해 달라고 주장한 적 없다”며 “법정방송토론이 선관위가 정한 일시에 맞춰 전파를 타기 전까지 엠바고를 요청하는 것은 상식이다. 엠바고 파기 및 파기 시도를 하며 공정한 언론 취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대응했다.

토론회가 공개된 이후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토론회 방송 직전 논평을 통해 “하다 하다 이젠 토론회마저 ‘방탄’으로 만드냐”며 “재개발·재건축 공약해 놓고 아파트 이름 한 개도 모르는 무능한 후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토론회가 공개된 이후 보도자료 등을 통해 “GTX와 계양테크노밸리 철도망 구축 방안에 국토부 등과 협의한 적 없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명백히 허위사실을 유포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토론회 녹화가 끝나자마자 방송이 되기도 전에 보도유예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사실을 왜곡한 것은 원 후보의 무리수였고 선관위에 신고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