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5일 인천지법 대강당에서 김귀옥 법원장 취임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인천지법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19일 오전 10시20분쯤 인천지법 416호 법정에서 재판장 자리에 앉은 김귀옥(61∙사법연수원 24기) 법원장이 재판이 열리기 전 “법원장으로서 재판을 맡은 소감을 말해 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법원장으로 취임한 지 40여일 된 김 법원장은 지난달 19일 신설된 민사항소7부 재판장을 겸임하게 됐다.

그는 “인천지법은 다른 법원에 비해 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많다”며 “법관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김 법원장의 눈빛도 바뀌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등 9건의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으며, 전체 재판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김 법원장이 항소한 지 2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히며 항소 취지를 정정하자 재판 경험이 많은 판사 덕분에 교통정리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사건 피고 측 심모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 “재판장이 직권으로 항소 취지에 대한 법적 판단을 정리해주셔서 재판이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주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재판 지연’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법에 접수된 민사 본안 사건(단독∙합의∙항소)은 1만714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만5487건 대비 10.7%(1656건) 늘어난 수치다.

민사 본안 미제 사건도 ▲2021년 1만1161건 ▲2022년 1만1651건 ▲지난해 1만2409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재판 지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을 담당하는 전국 법원장에게 재판장 겸임 등 재판 지연 문제를 적극 해소해 달라는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장이 고등법원 원외 재판부를 맡긴 했지만, 정규 사무 분담을 통해 법원장을 주축으로 한 재판부를 꾸린 건 이례적 일”이라며 “법관 증원을 비롯해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