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예진 방송작가
▲ 유예진 방송작가

십수 년을 반복하는 일인데도, 프로그램 시그널이 울리고 진행자가 오프닝을 시작하면 낯부끄러움과 함께 두근두근 설렘이 동반된다. 여기서 낯부끄러움과 설렘은 거의 동급이다. 왜냐하면 오프닝에 담긴 내 생각과 글이 과연 듣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서 설레고 또, 아니면 어떡하나 싶어 부끄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원고를 쓰면서 오프닝을 맨 마지막에 정리하는 이유도 이왕이면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오프닝에 공감해서 라디오를 쭉 청취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끝까지 오프닝 아이템을 찾고 또 찾는다.

그런데, 사실 오프닝 아이템을 찾기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경청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지금 벌어진 사안에 어떤 생각들을 가졌는지, 무엇을 바라고 희망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들을 알기 위해 주변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것이다. 그렇게 경청하지 않으면 나 혼자만의 생각과 상상 속 세계에 빠져 전혀 누구도 듣지 않는, 공감과 소통이 되지 않는 라디오 원고 속으로 잠수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우리가 후보자에게, 나아가 지역을 위해 뛰게 될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것을 원합니다, 우리 지역에 필요해요, 난 이곳이 좋으니 좀 더 편히 살 수 있게 이렇게 개선하는 데 힘을 좀 써주세요, 라고 얘기했을 때 그 말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흘려듣지 않고 잘 담아 끝까지 실행해줄 사람을 원한다. 오프닝과 클로징이 결을 같이 하는 것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 내가 사는 동네를 위해, 지역을 위해 지치지 않고 뛰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저마다 바람이 있고, 그 바람을 나 대신 나아가 목소리를 내줄 사람을 선택하는 일, 그게 바로 선거다. 그런데,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면히 살펴보지 않고, 흔히 뽑아놓으면 다 똑같다는 표면적인 이유만 둘러대며 외면한다면 결국 우리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되돌이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본다.

사람의 귀는 외이, 중이, 내이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 것은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도 귀가 세 개인 양 신중하게 들어야 하는 뜻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말하는 바'를 귀 기울여 듣고, '무슨 말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 신중하게 가려내라는 의미다.

우리를 위해 뛰어 줄 지역 일꾼을 뽑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할 일은 진중하게 경청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은 선택받은 자가 우리의 이야기를 세심히 들어주는 일이다. 서로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경청의 지혜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빛을 발하길 바란다. 그러면 자연스레 투표율 하위, 무관심 유권자라는 오명도 우리 인천이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유예진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