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집 앞 매화나무에 꽃이 핀 걸 오늘 아침에야 눈치챘다. 곧 벚꽃도 피어나겠구나. 찾아보니 올해 제주도 매화는 예년 평균보다 50일이나 이른 1월 중순에 개화했다고 한다.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현상 때문이란다. 엘니뇨와 그 반대현상인 라니냐가 기후위기와 어떤 관계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50일이면 빨라도 너무 빠르다. 덜컥 겁이 난다.

하여튼 꽃샘 심술을 때문인지 수원 우리 동네 매화는 평년보다 그저 1주일쯤 빠르게 핀 듯하다. 중부지방 벚꽃, 개나리, 진달래도 3월 말에 개화하리라는 게 기상청 예보다.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필 때 개화, 그로부터 1주일 지나 한 나무의 꽃이 8할 이상 피어날 때 만개라 하니, 식목일 직후엔 우리 동네 벚꽃들이 잔치를 벌일 게다.

지난 주말 또 다른 꽃 뉴스를 들었다. 정부(국가보훈부)가 국립묘지에서 플라스틱 가짜꽃(조화)을 '친환경꽃'으로 대체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선 경남 창원의 3·15민주묘지에 놓여 있던 조화를 수거하고 '프리저브드 플라워'라는 친환경 꽃을 놓았다고 한다. 국가보훈부는 전국 12개 국립묘지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플라스틱 가짜꽃은 환경은 물론이고, 카드뮴과 납 등이 함유되어 인체에도 유해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조화는 연간 2000t이 넘는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를 보니 2021년 수입액이 451억 원어치다. 거액을 들여 미세플라스틱과 유해성분 덩어리인 '예쁜 쓰레기'를 컨테이너로 들여오는 셈이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특수용액으로 생화를 처리하여 보존기한을 대폭 늘린 꽃이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5년까지도 모습이 유지된다고 한다. 1980년대에 개발되어 유럽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 초 국내에 소개되었다. 플라스틱 조화보다야 백 배 낫지만 이 역시 인조꽃 아니냐는 논란이 없진 않지만 생화가 조화를 대체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므로, '프리저브드 플라워' 같은 '친환경꽃'이 대안일 수 있겠다.

경남 김해시는 2022년 관내 공원묘원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몰아냈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와 함께 조화를 '친환경꽃'으로 대체하는 캠페인을 강력하게 전개한 결과 조화 90%를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꽃 바람이 경상남도와 국가보훈부에 닿았다. 경기도 전역에도 '친환경꽃' 화신이 도착한다면, 봄꽃 만개 못잖게 기쁘지 않을까 싶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