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덕균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인천법인 대표
▲ 신덕균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인천법인 대표

<금리의 역사>(시드니 호머·리처드 실라 공저)에 의하면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신전, 대성당, 사원 등에서 서민에게 무이자 대출을 해줬다고 한다.

구한말 개화기 인천 내리교회에서도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이 교회 종순일 성도가 오로지 종교적 신념으로 자신에게 빚진 온 마을 사람들의 빚문서를 소각해 탕감해 주었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저소득·저신용자,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 사업 현장에 나가보면 '극단적 선택', '폐문부재', '연락두절', '행방불명', '사업장 축소', '타지방 이전' 등 우울한 현상들을 목도하곤 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도 '신용자살인 잠수'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연체 대상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는 대환대출, 상시채무조정(상환유예), 신용회복위원회 이첩 등을 들 수 있다. 임의 규정(권고사항)이긴 하지만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은행권이 마련한 '소멸시효 포기 기준 및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소각기준 모범기준'에 따르면 연체 독촉할 수 없는 주요 채권은 다음과 같다. 200만 원 이하 소액채권, 채무자와 연락이 두절된 채권, 채무자의 재산이 전혀 없는 채권, 채무자가 사망했거나 고령인 채권 등이 그것이다.

필자는 과거 은행 근무 시절 '수금에도 금도가 있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무리한 채권추심 행위는 절대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채권자가 채무 상환을 독촉하려면 수확기까지 기다렸다가 해야 한다. 또한 폭풍이나 가뭄 때문에 흉작이 됐을 때는 토지 대출에 대한 해당 연도의 이자가 탕감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현재 저소득·저신용 개인사업자들은 3개월 이상 장기 연체로 이어지면서 악성 연체자로 몰리게 되고, 궁극엔 금융 고위험군인 한계차주로 전락해 종국엔 '경제적 투명인간'으로 살아가게 되곤 한다.

장기 연체자는 반드시 정상적인 경제생활자로 복귀시켜야 한다. 더 방치하면 회생하는 데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채권 중에서 연체 10년 넘은 장기채권, 1000만 원 이하 소액채권, 소득과 자산이 없어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의 채권 등 이른바 '좀비 채권'(그림자 채권)을 소각·정리하는 상설기구(가칭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설립이 절실하다.

대주(돈을 빌려주는 자)와 차주(돈을 빌리는 자) 모두에게 행복 대출(stress-free-loan)이 되려면 대주는 철저한 심사에 의한 책임대출을 해야 하고, 차주는 세상에서 제일 저렴한 것이 빚이란 생각을 지우고 최소한의 금액으로, 그리고 최대한 대출기간을 짧게 잡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주와 차주 간 관계가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금융 신용사회가 정착될 것이다.

/신덕균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인천법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