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대학은 영어로 'university'이며, 우주·세계·종합을 뜻하는 'univer se'와 도시를 뜻하는 'city'가 결합해 만들어진 합성어이다. 그래서 대학은 뜻 자체로 우주(원리)를 탐구(아우르는)하는 도시의 장소성을 갖는다.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도시 사이에 유기적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에서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서는 배출된 젊은 인력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상생·협력을 통해 지역이 성장할 수 있다. 최근까지 대학은 지역 성장을 위한 보조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지되어왔다. 그런데 21세기 지식중심사회가 도래하면서 대학은 도시성장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 간 공생의 중요성은 미국 대표적 첨단산업도시인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루트 128 지역 성장을 통해 잘 확인된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스탠퍼드대학이 없었다면 실리콘밸리는 탄생할 수 없었으며, 보스턴에 MIT 대학이 없었다면 루트 128 지역이 하이테크 성지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 대표적인 첨단산업지구인 중관춘(中關村)도 인근에 칭화대와 북경대가 입지하여 우수 인력이 꾸준히 배출되기 때문에 첨단 하이테크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천의 현실을 보면 대학과 도시가 따로 노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은 고려대 인근에 안암 캠퍼스타운이 있고, 광운대 주변에 광운 캠퍼스타운이 조성되어 지역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인천은 어떤가? 대학과 시가 협력하여 젊은 층 일자리 창출과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캠퍼스타운 사업이 전무하다. 서울시는 경제정책실에 대학창업과를 설치하여 캠퍼스타운 조성과 창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는 산학협력을 위한 청년산학정책관실을 운영하며 부산권 대학 취업 네트워크 활성화, 청년 미래 일자리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며 대학과 도시의 협력관계를 끌어내고 있다. 그런데 인천은 대학과 도시의 협력과 상생의 중요성을 아직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인천에서 대학을 나온 젊은 사람들에게 창업 활동과 공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니 지역에 머물지 않고 서울·수도권으로 향해 인천의 기술혁신 생태계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며 지역에 우수 인재를 양성하여 창의력·상상력을 키워 지역 성장과 혁신을 견인하는 '도시 인프라'인 것을 인천의 정책결정자는 깨닫기를 바란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