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균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영균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기업은 당연히 자기 경쟁우위에 집중하고, 경쟁우위가 없는 부분은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다. 이는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지만,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도 핵심역량에 몰입하는 것이 옳은지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글로벌 경기는 미약한 회복세이고 우리나라도 반도체의 일부 약진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으로 통계 지표는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한 나라의 경제를 일부 산업이나 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필연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 산업이나 기업이 불황을 겪게 될 경우 바로 나라의 경제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90년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가전, PC, 게임, 카메라 시장의 마켓리더였던 소니(Sony) 예를 보자. 소니는 경쟁사들이 디지털 제품 시장으로 진입할 때 핵심 역량을 보유한 아날로그 제품 시장에 남아서 오히려 초고가 Qualia(프리미엄 아날로그 제품 브랜드)를 출시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처럼 소니와 많은 일본 가전 업체들은 잘못된 선택과 집중을 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물론 소니는 삼성전자, LG전자에 밀려서 많은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유일하게 남은 TV 사업까지 매각하려 했으나 지금은 고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초일류 기업이었던 소니가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과거 소니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데 실패한 원인은 자본력이나 디지털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핵심역량만을 추구하다 보니 핵심경직성(Core Rigidity)이라는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핵심경직성이란 핵심역량을 가진 제품의 제조와 규모의 경제에 집착하다 보니 새로운 트렌드에 적절하게 대응을 못 하게 되는 기업의 경직성을 말한다. 즉 당시 소니는 기존의 아날로그 시장의 마켓리더이며 뛰어난 아날로그 기술력을 보유하였기에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하는 위험을 택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삼성은 아날로그 시장에서는 경쟁우위가 없는 것을 깨닫고 디지털 시장으로 과감하게 진출했다.

소니와 삼성의 사례처럼 기업이 핵심역량에 머무르고 혁신을 게을리하면 결국 지속성장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징후는 우리 기업에도 나타난다. 소니가 TV 시장에서 약진하며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의 삼성과 LG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AI(인공지능)의 붐은 엔비디아, AMD, 그리고 인텔 등 많은 해외 기업들의 급성장을 가져오고 있는데 삼성이나 SK하이닉스는 움직임이 없는 데 이는 혁신의 속도가 느리고 기존의 우위에 집중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프리미엄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5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온 시장이다. 소니는 초고화질(8K) OLED 제품을 위주로 집중하여 삼성과의 싸움은 피하면서 시장 점유율과 수익률을 높였다. 예전에 삼성이 승산 없는 아날로그 시장을 접고 디지털로 진출하였듯이 소니는 기존 일반 제품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초고화질 TV 시장으로 안착하고 브랜드 파워를 통해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으니 역사는 반복되는 듯하다.

삼성과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우위를 지키고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AI 반도체 관련한 시장에서는 괄목할 만한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어두운 징후이다. 삼성은 약 5%의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반면 NVIDIA, AMD, Intel, Google 등이 약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경쟁 우위를 가진 반도체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그러나 AI의 급성장으로 고성능 반도체라는 새로운 시장이 대두하였고 이 시장에서 어떠한 대처를 하는가가 지속적인 성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삼성, LG,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우량 기업들도 핵심역량만을 추구하다가 핵심경직성에 빠져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의 교훈을 통해서 새로운 혁신을 해야만 한다.

/김영균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