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병 시사평론가
▲ 박상병 시사평론가

창당 열흘밖에 안 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심상찮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경쟁하는 모양새다. 이쯤이면 '돌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자녀 입시비리 등과 관련해 징역 2년의 실형이 나올 때만 해도 조국 대표의 정치 행보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온 가족이 검찰수사로 큰 고통을 받았지만 그건 가족 비리일 뿐 권력관계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죄질이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조국 대표는 항소심 유죄 엿새 만에 신당 창당을 선언하더니, 지난 3일 급기야 '조국혁신당'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선거용 여러 군소정당 가운데 하나쯤으로 여겨지던 조국혁신당은 그 후 갈수록 지지율을 끌어 올렸다. 이제는 두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조국혁신당 지지율 급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뚜렷한 '선명성'이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권력을 향한 극도의 분노와 강렬한 투쟁성은 다른 군소정당을 압도한다. 민주당보다도 더 강렬하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국 대표가 갖는 정치적 무게감과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그러나 아무리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며 검찰권력 심판의 깃발을 든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정당 지지율 급상승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여기엔 '연동형 비례제'가 내포하고 있는 비례정당의 잠재적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바로 이 대목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모습을 연출해 냈다. 이른바 '지민비조'라는 슬로건이 그것이다.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지지를 보내달라는 선거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도 환영할만한 '연대의 힘'이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이 그만큼 손해를 보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덤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다시 불을 붙이는 동력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재명, 조국 두 대표가 만난 것도 그냥 만난 것은 아닌 셈이다.

조국혁신당의 급부상 이면에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집권 2년이 되도록 여전히 40%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슈의 중심을 당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요즘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상식 밖의 언행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중도층 이탈의 결정적 배경이다. 이런 와중에 피의자 이종섭 신임 호주 대사가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이 또한 상식 밖이다. 정부와 국민의힘 정면으로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총선 정국에 다시 큰 변화가 오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