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
▲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

드라마 속 '낭만 닥터 김사부'는 없는 걸까.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확산하자, 의료공백을 우려하는 시민들에게서 나오는 장탄식이다. 이런 와중에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면서 의료대란을 경고해 논란이 만만찮다. 또 대전협 의장의 사직 표명 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과 근무지 이탈이 이어져 정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의대 교수들도 삭발, 사직서 제출 등으로 가세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다치고 아픈 사람 치료해주는 일이야. 시작도 거기고 끝도 거기여야 돼.”라고 말했던 김사부가 그리워진다.

지난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23개 지역경실련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 중단 및 정부의 엄정대응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환자를 떠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고, 더욱이 자신들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의료기득권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의사 면허는 환자를 살리라고 국가가 '의료독점권'을 부여한 증표인데, 지금의 의사들은 그 권한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며, 도리어 환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의사단체가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고 결의하는 행위, 개별 구성원에 대한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는 의료법 및 공정거래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기에 법적 대응도 강구할 것을 분명히 했다. 또 환자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려는 의사들의 특권 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도 불법 진료 거부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하라고 촉구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KDI 등의 '의사 인력 수요추계'에 따르면, 현재 수준으로는 2035년에 의사 인력이 1만 명이나 부족해지고 이를 개선하려면 지금 당장 최소 2천 명의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대로 의대 정원은 1998년 이후 27년 동안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고, 심지어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료계의 반발을 잠재우려고 2006년부터는 351명을 감축한 후 19년째 동결했다. 이러는 사이에 코로나19 확산 초기 지방 환자들의 대거 이송 및 사망,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유령간호사의 불법 대리진료, 지방 공공병원 휴진과 환자들의 원정 치료라는 대한민국 의료의 부끄러운 민낯이 모두 드러났다. 급기야 국민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12.17 설문 결과 발표). 결국, 의사 부족에 따른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 요구이자 정부가 책임져야 할 헌법적 과제다. 사회적 수요와 교육 여건에 따라 증감할 수 있는 정부 정책영역이다.

이에 정부는, 불법 행동을 해도 처벌받지 않고 '다른 직역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의사들의 특권 의식, 직역 이기주의를 깨야 왜곡된 의료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 의료계가 역대 정부의 의약분업, 원격의료, 공공 의과대학 설립 등의 정책에 집단 반발하며 만들어진 '승리 공식'에 도취해,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에 빠졌다면 단호히 선을 그을 때다. 특히 의사 달래기용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은 철회하고, 필수·지역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권역별(수도권, 전라권, 경상권, 충청·강원권) 공공 의대 설립,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의 의료개혁에 나서야 한다. 다시 한 번 현장을 지키는 오늘의 김사부에게 경의를 표하며, 의사들의 조속한 현장 복귀를 간절히 바란다.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