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6월9일까지
강용석·권용주 등 8명 작가
'여성의 일' 주제 작품 전시
스크리닝 프로그램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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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전경.

수원시립미술관이 역사와 사회의 변곡점에서 일해 온 여성들의 단상을 통해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Can't Help but Love Her)' 전시를 개최한다.

'여성의 일'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역사 속에서 많은 난관과 사회 구조적 문제들을 봉착했던 여성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기를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삶을 영위했던 모습을 담았다.

▲ 전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전경.
▲ 전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전경.

전시는 여성의 노동력이 존중받지 못했던 역사에 문제의식을 갖고,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했던 여성들에 주목한다. 전시실 2, 3, 5(프로젝트룸)에서 강용석, 권용주, 김이든, 로사 로이(독일), 방정아, 임홍순, 카위타 바타나얀쿠르(태국), 후이팅(대만) 등 8명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먼저 독일의 신 라이프치히 화파를 대표하는 작가 로사 로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작품읕 통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는 여성들을 묘사한다. 함께 일하고 도우며 연대하는 작품 속 여성들은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엿보게 한다.

근대화를 거치며 억압됐던 여성 노동자들의 생활을 조명한 임홍순 작가는 초기작인 '추억록'(2003)은 작가의 가족들을 조명하며 한국 근현대사가 남긴 억압과 폭력의 트라우마를 조망했으며, 강용석 작가는 특히 분단 이후 전쟁이 한국사회에 남긴 상처를 고찰하는 '동두천 기념사진'(1984)을 통해 기지촌 접객원들의 삶과 약소국 여성의 슬픈 초상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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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전경.

현란한 색감의 영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카위타 바타나안쿠르의 작품들은 작가가 직접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소개하며, 직물 산업에서 이뤄지는 여성들의 노동과 고통 표현해냈다.

김이든 작가의 신작 '당신의 손에는 오늘도 물이 묻었다'는 여성들의 가사 노동을 비유한 손의 움직임을 담아내며 제도적 보호나 사회적 안정으로부터 멀어지기 십상인 여성의 돌봄과 가사노동을 미술관으로 소환했다.

실크 자카드 직물과 염색사를 이용한 권용주 작가의 설치 작품 '연경'(2014·2016)은 태국 방직 공장을 방문했던 작가의 경험과 산업화 시대 속 아시아 국가 구성원들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후이팅 작가의 '화이트 유니폼'(2017)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 경험 속 대만의 노동 환경과 그 속에서 여성이 처한 상황을 심도 있게 고찰했으며, 방정아 작가의 '집 나온 여자'(1996), '웅크린 표범여자'(2022) 등에는 예리한 현실 인식이 반영돼 있다.

전시를 준비한 장수빈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사립미술관 중 유일하게 여성주의를 의제로 채택하고 있는 수원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세상 모든 일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의 자세로 화합과 평화를 이루는 근본적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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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전경.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의 역사를 담은 이번 전시는 오는 6월 9일까지 진행되며, 전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여성의 노동과 관련한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리닝 프로그램도 함께 개최된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