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 기자간담회 개최

장민경 감독 등 참석 토론
세월호 등 3가지 참사 주제
유족 연대하는 방식 담아내
▲ 지난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세월: 라이프 고즈 온' 기자간담회에서 장민경 감독과 황명애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의 모습.
▲ 지난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세월: 라이프 고즈 온' 기자간담회에서 장민경 감독과 황명애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의 모습.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다'라고 말하지만, 아니요. 그냥 안고 사는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이를 잃는 재난을 겪어도 삶은 계속된다. 그들에게 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도 말하지만, 남은 이들은 그렇지 않다. 애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다시 살아가는 법을 알아온 사람들은 '연대'의 힘으로 계속해서 삶을 이어간다.

지난 12일 오후 4시 30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회적 참사의 유가족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장민경 감독과 황명애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해 작품 속 그려진 유가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는 사회적 참사 유가족이 운영하는 CBS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을 매개로 크고 작은 참사로 아픔을 겪은 이들이 서로에게 묻고 답하며, 연대를 이루고, 재난이 끊이지 않는 위험한 사회 속에서 유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 지난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세월: 라이프 고즈 온’ 기자간담회 현장 모습.
▲ 지난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세월: 라이프 고즈 온’ 기자간담회 현장 모습.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등 우리 사회가 겪었던 세 가지 대형 참사를 주로 다룬 데 대해 장민경 감독은 “세 참사를 엮어 한 작품으로 만들려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참사가 반복되고, 그 안에서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된다는 점이었다”며 “그것보다 더 컸던 건 유족들이 참사 이후 삶을 살아가는 방식, 혼자 고립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데 있어 어떤 것이 필요한지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참사의 유가족들은 '애도'라는 보편적 과정을 거치기 어렵다. 망자의 죽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다. 가족의, 친구의, 가까운 지인의 죽음의 진실을 직접 파헤치고, 규명하고, 시신마저 직접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며 무너질 때, 이들에게 다가와 곁을 내어주는 건 다름 아닌 또 다른 참사의 아픔을 겪은 유가족들이다.

장 감독은 “유가족들이 서로 연결되고 곁이 돼주는 과정에서 보여주셨던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의 아픔에 늘 같이 공감했다는 것”이라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故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선생님의 삶은 그 자체가 굉장히 컸다. 자식을 잃고서 또 다른 상실의 아픔을 가진 유가족들, 참사의 현장들을 함께하며 다른 사람들의 곁이 되어주려 노력하셨는데 그 지점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연대의 힘,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세월: 라이프 고즈 온’ 기자간담회에서 장민경 감독과 황명애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의 모습.

대구 지하철 참사의 유가족인 황명애 사무국장은 연대의 목적에 대해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시기에 서로가 곁을 내어줄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무국장은 “고인의 명예 회복, 원인 규명, 안전한 세상 만들기에 일조하면 왜 사고를 당한 당사자들 부모가 해야 하냐고 묻지만, 대한민국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걸 해야 하는 나라”라며 “어떤 사고가 일어나면 왜 사고가 일어났고, 내 아이는 왜 죽음을 당했는지에 대해 알아야 심리적 안정이 되는데, 그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유족들은 연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반복해서 발생하는 참사의 순간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고립되지 않게 하는 곁의 존재”라고 말한다.

그는 “그 곁의 존재를 계속해서 발견하는 게 제가 영화를 찍는 이유”라며 “예기치 않게 닥치는 참사에서 우리는 언젠가 모두가, 불특정 다수 중 누군가는 유족이 되고 당사자가 될 것이다. 그 순간이 되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참한 삶 속에서도 안전한 사회를 위해 연대를 펼쳐가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오는 27일 극장을 통해 개봉한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