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뒤늦게 획정된 선거구, 시민 홍보도 부족

서구·연수구·계양구 변화
경계 조정 등 안내문조차 없어
본인 지역구·출마 후보자 혼란
주민 대다수 “몰랐다” 당혹감

“정쟁 심해 중요정보 뒷전” 지적
“그만 헐뜯고 민생 주력” 일침도
▲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동춘1·2동, 옥련1동 연수구갑 조정 환영'이라고 쓰인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걸렸다.
▲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동춘1·2동, 옥련1동 연수구갑 조정 환영'이라고 쓰인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걸렸다.

“선거구가 조정됐다는 안내문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선거엔 유권자가 없어진 것 같아요.”

지난 11일 오후 2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마주 보고 있는 동춘동에 '동춘1·2동, 옥련1동 연수구 갑 조정 환영'이라고 쓰인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펄럭였다. 이곳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송도국제도시와 함께 '연수구을'이었지만 총선을 41일 앞둔 시점에서 돌연 '연수구 갑'으로 바뀌었다.

현수막을 흘깃 보고 지나쳐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딸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이모(41)씨가 발길을 멈췄다. 현수막을 가리키며 이씨는 딸에게 “다가올 선거에서 여기까지가 우리 지역이라는 이야기야”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안내문이나 이런 게 오지 않아서 전혀 몰랐다가 지인을 통해 선거구가 조정된 걸 알았다”라며 “최근 연수구청 앞 먹자골목에서 한 예비후보가 인사를 해 선거구가 아니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지역 후보가 맞았다. 처음부터 알았으면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오는 4월에 치러질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조정이 있었던 인천지역의 유권자 대다수가 본인 선거구를 모르는 상태였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것에 이어 지역민들에게 충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인천 서구 의석을 1석 늘리고 연수구·계양구 선거구 일부를 조정하는 내용의 선거구획정안을 통과시켰다.

서구는 기존 갑·을에서 갑·을·병으로 증가했고, 계양구 갑과 연수구 갑은 선거구획정의 인구 하한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원도심과 신도심 경계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은 “전달된 안내문이 없어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연수구 주민 김모(51)씨는 “지금 말해줘서 선거구가 조정된 걸 알았다”라며 “시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일인데, 정작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게 많지 않다. 특히 이런 일에는 민의를 모아서 이뤄져야 하는데, 그저 각 당의 권력행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동춘1·2동, 옥련1동 연수구갑 조정 환영'이라고 쓰인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걸렸다.
▲ 계양구을 선거구인 작전서운동에 더불어민주당 계양구갑 지역위원회의 현수막이 철거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오후 4시 계양구 작전서운동의 시작점에 있는 이마트 계양점 앞에서 만난 시민들도 선거구 획정에 대한 소식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계양구을 예비후보들이 지역을 도는 것을 보고 갸우뚱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계양구 갑 지역위원회의 현수막도 철거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모(51)씨는 “선거구가 바뀐 지 몰랐는데 그래서 원희룡 예비후보하고 이천수 선수가 보였구나”라며 “워낙 이재명과 원희룡으로 지역이 떠들썩하니 돌아다니나 싶었는데, 선거구 자체가 변동됐다고 들으니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 국민의힘 원희룡 계양구을 예비후보가 작전서운동을 돌아다니며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갈수록 고조되는 예비후보들 비방에 선거구 획정 등과 같은 중요한 선거 정보들이 가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50년 동안 작전서운동에 산 강모(66)씨도 “주변 대부분의 사람이 선거구 변동을 모르고 있다”라며 “정치인들의 자리싸움이 심해지니깐 정작 시민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 가려진다. 경제도 어려워 죽겠는데 이제 그만 서로 헐뜯고 지역주민들을 위해 민생을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