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진 탐사보도부 기자.
▲ 이아진 정치부 기자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야만 진정한 코펜하겐을 알 수 있죠.”

지난달 출장을 위해 덴마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른 아침 업무 시작 전 코펜하겐 시민들의 일상을 보기 위해 발길 가는 데로 도시를 걸었다. 짙은 운무가 깔린 한적한 도로 위로 자전거 한 대가 쌩 지나갔다. 그 뒤로 꼬리를 문 자전거들이 줄이었다. 앞뒤로 아이를 태운 학부모부터 학교에 가는 학생, 출근하는 직장인까지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붐비는 자전거 도로와 달리 어쩐지 차도는 한적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물론이고 편하게 세워둘 수 있는 공간도 많았다. 신호등도 자전거 전용이 있고, 자전거만 이동할 수 있는 다리로 있었다. 온통 자전거뿐인 코펜하겐의 모습은 탄소중립을 선언한 흔한 동네의 풍경이었다.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 일환인 '자전거 타기'는 도시가 지속가능한 환경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덴마크 에너지정책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1973년 오일쇼크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99% 원유를 수입하던 덴마크는 1975년 중장기 에너지계획을 세웠고 1985년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서 신재생에너지로 방향을 틀었다. 2030년까지 총에너지의 55%를 신재생으로 대체해 '2050년 탄소 제로(0)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펜하겐 시의회는 2012년 '2025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도시'를 선언했다.

한국도 에너지 전환을 두고 매일같이 부르짖는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환경단체도 지구를 위한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 높인다. 시민들도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되고자 동참 중이다.

90년대부터 변화의 물결이 있던 덴마크를 한순간 따라잡긴 어렵겠지만, 보폭을 줄여가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언젠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이아진 정치부 기자